“애 많이 낳아 군대 보내라”…北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국제부녀절로 지정해 기념…노동신문 "총비서 동지 따르는 충성의 꽃 돼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기념) 60주년 기념 여군들의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날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최악의 인권 국가 북한도 기념한다. 북한은 유엔이 지정한 이 날을 ‘3·8 국제부녀절’로 부르며 성대하게 기념한다. 그런데 세계 다른 나라와는 좀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1면 사설 ‘조선녀성들의 충성과 애국의 전통을 끝없이 빛내여나가자’를 사설을 싣고 “오직 (김정은) 총비서 동지만을 따르는 충성의 꽃이 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는 7일 3·8국제부녀절을 앞두고 여러 단위에서 봉사 준비로 흥성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판매 준비에 한창인 금강산화장품전시장 종업원들.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이어 “령도자와 사상도 뜻도 숨결도 같이하는 혁명전사가 되여야 한다”며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위하여야 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한 무한한 충성을 강조했다.

사설은 여성들을 “무한한 헌신과 노력으로 조국의 부강발전을 떠밀어나가는 참된 애국자들”이라고 부르면서 “녀성들은 우리 식의 생활양식과 도덕기풍, 민족의 고유한 미풍량속을 적극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중앙TV는 7일 3·8국제부녀절을 앞두고 여러 단위에서 봉사 준비로 흥성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항련화장품생산소의 물크림(로션)을 살펴보는 북한 여성.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그러면서 “가정의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안해(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항상 자각하면서 시부모들을 잘 모시고 남편과 자식들이 국가와 사회앞에 지닌 본분을 훌륭히 수행하도록 적극 떠밀어주어야 한다”고 북한 여성의 역할을 설명했다.

또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내세움으로써 조국의 부강번영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TV는 7일 3·8국제부녀절을 앞두고 여러 단위에서 봉사 준비로 흥성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선꽃상점 책임자는 "나이든 여성들인 경우에는 건강 장수의 의미를 담은 국화, 만복화 같은 꽃들을 선물하면 좋고, 젊은 여성들인 경우에는 열정적이고 사랑과 정열을 표현하는 이 붉은색 계통의 꽃들을 안겨주면 좋다"고 소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연합뉴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3·8절(국제부녀절)을 맞아 가두여성(주부)들에게 원군미풍열성자(인민군대를 적극 후원한 사람들)처럼 인민군대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3·8절 국제부녀절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6일 “최근 당국이 가두여성(주부)들에 대한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지난 주에는 자녀를 많이 낳아 인민군대에 보내는 것이 최대의 애국이라며 인민군대를 적극 지원할 데 대한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양강도 대홍단군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주부 대상)강연회에서 특히 자식들을 모두 인민군대에 내보내는 것이 원군의 최대 표현이라며 여성들이 자녀를 많이 낳아 인민군대에 내보낼 데 대한 내용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북한 군 복무기간은 남자 7~8년, 여자 5년으로 여성의 경우 의무복무는 아니고 자원제이지만, 최근에는 남성 입대자가 부족해지면서 여성 입대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3·8절에 여성들의 지위를 과시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인권 실태를 비난하며 체제 우월성을 주장해 왔으나 국제 사회는 북한 여성의 인권상황이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