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채로운 스타일에 담긴 '프로마인드'...김예은의 당구철학-②

(MHN스포츠 일산, 권수연 기자)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최연소 챔프'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은 LPBA의 차후 세대를 지고 나갈 젊은 에이스로 주목받는다. 앞서 그는 올 시즌 아쉬웠던 심경을 덤덤히 털어냈다.
경기 후에 다 하지 못한 말, 경기 외적인 이야기를 오랜시간 편안하게 마주앉아 풀어내는 그에게서 20대의 풋풋함과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의 여유가 함께 느껴졌다. 앞선 인터뷰에서 팀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한 그는 한 층 후련해진 모습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전했다.
■ '공포의 4강'? (김)보미 언니는 나의 '운명공동체'
LPBA 선수들은 테이블 위에서는 강렬하게 경쟁하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끈끈한 공감대를 이룬 절친한 사이다. 선수라는 공감대, 비슷한 입장, 같은 경기장과 연맹, PBA 무대를 거쳐 울고웃고하며 남의 우승을 내 우승처럼 기뻐하기도 한다. 선의의 라이벌이다.
김예은과 김보미(NH농협카드)가 그렇다. 둘 다 아버지에 의해 선수생활을 시작했다는 점부터 자잘한 모든 것이 거울처럼 닮아있었다. 김예은 역시 당구장을 운영하던 선수 출신 아버지의 인도로 당구와 인연을 맺었다.
비슷한 입장이었던 김보미와 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LPBA에 입문한 뒤 비교적 빨리 우승과 연을 맺은 김예은과 달리 김보미는 좀처럼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4강에만 7번을 오를 정도로 준수한 실력을 지녔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예은은 그런 김보미의 우승을 누구보다 강하게 지지하고 응원해왔다.
"사실 우리끼린 친하니까 위로보다는 가볍게 놀리기도 해요, 웃으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자고요, 언니에게 '공포의 4강'이라는 별명도 지어주고 그랬거든요"
그런 김보미가 이번 시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는 생애 첫 프로 결승무대에 진출했다. 비록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에게 아슬아슬하게 꺾여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1-3으로 쳐졌던 경기를 단숨에 3-3 접전으로 뒤엎을만큼 위협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김예은은 당시 김보미의 결승 무대를 보고 "엄청나게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언니가 첫 결승에 가면서 눈물을 흘리던데 같이 눈물이 났다, 후회없는 결승을 치르면 좋겠어서 악을 쓰면서 응원했는데 그때 쉰 목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 (김)보미 언니와 나와는 정말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싶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 '이 금발에는 슬픈 추억이...'
김예은의 경기를 꾸준히 봐온 당구팬이라면 실력 외에도 또 하나의 특별한 점에 주목할 것이다. 매 대회마다 바뀌는 그의 화려한 헤어스타일이다. 때로는 금발, 때로는 커다란 리본이나 대형핀을 꽂은 핑크색 머리 등, 존재감이 매우 뚜렷해 시선을 잡아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프로답게'라는 마인드에서 기인했다. 프로선수는 실력만큼이나 보여지는 모습에도 신경을 쓰게된다. 골프, 농구 등 각종 프로스포츠 시상식에 '베스트 드레서' 부문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불어 그의 다채로운 헤어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실 어떤 경기에 대해 딱 떠올리라면 바로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시 대회 사진에 찍힌 헤어스타일을 보면 어떤 경기인지 기억이 난다, 머리스타일로 경기를 기억하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가장 속상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나 준우승으로 밀렸던 올 시즌 팀리그 챔프전 파이널이라고. 해당 경기에서 김예은은 밝은 빛깔의 긴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 프로선수의 꿈 '스포트라이트'
프로의 길을 걷는 선수라면 누구나 드높은 성적과 더불어 화려한 미디어 노출과 스포트라이트를 소망한다.
다만 기존 당구 무대는 화려함보다는 정숙함으로 승부를 보는 신사의 스포츠였다. '당구선수'하면 아직까지는 짙은 빛깔의 나비넥타이에 정장조끼를 입고 큐를 엄숙하게 든 선수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프로당구가 정식 출범하고 이에 따라 대회의 이미지도 대폭 바뀌었다. 큰 구장에서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치어리더가 춤을 추고, 스폰서 패치가 붙은 캐쥬얼한 유니폼을 입고 나오고, 응원문화가 생겨나고, 스포트라이트가 스타의 당구 테이블 위를 비춘다. 매 대회때마다 코스프레를 하고 나오거나 객석에서 춤을 추는 또 다른 대회의 주인공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김예은은 이에 대해 "PBA 무대로 건너오며 프로로서 상당히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PBA 무대의 규모가 상당히 크지 않나, 개인적으로도 PBA가 출범하는 것에 가장 먼저 찬성했었다"며 "스포트라이트가 나에게만 비추는 상황에서 당구를 치게되니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 선수로써 활약하는 것이 즐겁고 재밌다"고 밝혔다.

가장 좋았던 점으로 그는 '관중의 응원과 환호'를 꼽았다. 김예은은 "모든 스포츠는 관중이 있고, 또 응원하는 맛으로 보게 된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을 응원할때 정말 즐겁지 않았나"라며 "당시 한국이 탈락하니까 아무도 응원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점점 흥미가 떨어지더라, 이런 응원 문화가 진짜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구 외에 혹여 즐겨보거나 취미로 하는 스포츠는 있을까. 이를 묻자 그는 망설임없이 프로배구를 가장 즐겨보는 종목으로 꼽았다. 가장 좋아하는 팀은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KGC인삼공사라고.
이처럼 타 종목에서도 단번에 '최애팀'을 꼽을만큼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경기장에서 가슴 설레어하는 여느 스포츠 팬과 다를 바 없어 색다른 모습이었다.
시작은 진중하게, 끝은 상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낸 김예은은 그를 응원하는 당구팬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월드챔피언십과 다음 경기에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당차고 발랄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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