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시진핑의 남자' 리창, 막후 실용주의자서 中 2인자로

강민경 기자 2023. 3.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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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상하이 당서기시절 중국 주식시장 과감한 개혁 시도"
"시진핑과 친한 게 강점이자 약점"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20기 1차 전체회의(1중전회) 내·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로 다음 순서로 입장하며, 서열 2순위에 올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시진핑의 남자' 리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곧 중국의 2인자 자리를 굳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 위원은 오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국무원 총리로 공식 선출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에 속한 리 위원은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 실용주의적인 면모와 과감한 개혁 성향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4년 전 중국 주식시장 과감한 개혁 시도"

4년 전 리 위원은 조용히 막후에서 '경화증'에 걸린 상하이 주식 시장을 과감하게 개혁했다.

2018년 말 시 주석은 상하이의 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과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의 기업공개(IPO) 시스템 도입을 직접 발표했는데, 이는 주목받은 신생 기업이 해외가 아닌 중국에 상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서기였던 리 위원은 당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를 우회해 중앙정부에 직접 이 계획을 제안했다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를 통해 커촹반에는 거래소 조건에만 부합하면 상장 신청 후 6~9개월만에 상장이 가능해졌고,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상하이 당국자 및 규제 당국과 가까운 중국의 한 베테랑 은행가는 "리 위원과 시 주석의 관계가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미쳤다"며 "당시 증권감독관리위가 매우 불만스러워했다"고 회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새 최고 지도부와 함께 입장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과 친한 게 강점이자 약점"

일각에서는 시 주석과의 친분이 리 위원에게는 강점이지만 약점으로도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으나 그의 오랜 후원자로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컨설팅업체 트라비움 차이나의 공동설립자 트레이 매카버는 로이터에 "리 위원은 전임자(리커창 총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 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의 경우 시 주석과는 다른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었고, 시 주석이 1인 중심 체제를 굳히면서는 존재감을 잃었다.

리 총리는 지난해 초 인구 2500만의 상하이를 철통같이 봉쇄해 도시 경제 마비의 주범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이로 인해 그는 한동안 분노의 표적이 됐지만, 승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매카버는 "리 위원은 중앙 정부 경험이 부족하고 상하이가 봉쇄됐을 당시 시 주석이 그를 총리직에 앉히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자본을 지출했다"며 "관리들은 리 위원이 시진핑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은 리 위원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분명히 생각하고 있으며, 그를 신뢰하고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총리직에 앉힌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새 최고 지도부와 함께 입장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개방적이고 경청하는 사람…실용주의적 행보 기대"

로이터는 지난해 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급작스럽게 폐기하는 과정에서 리 위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3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리 위원이 '제로 코로나'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리 위원과 교류한 사람들은 그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관료이며 민간 부문을 지지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생기업이 많은 원저우에서 2002~2004년 당서기를 지냈는데, 원저우의 중소기업 담당 당국자인 저우더원은 "리 위원은 재직 당시 개방적이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저우는 "리 위원은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존의 접근방식 대신에 법으로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을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자유주의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장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2019년 상하이 공장을 빠르게 가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리 위원이 있다면서, 리 위원이 외국 기업들에게 공평한 경쟁의 자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앨런 회장은 "결정이 내려지면 그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며 "(리 위원의) 의사 결정에는 일종의 명확성과 권위가 있었고,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공산당의 통제를 꾸준히 강화하고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했기 때문에 리 위원의 과거 행적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닐 토머스 유라시아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제 리 위원은 시장에 회의적인 상사 밑에서 일하는 국가 지도자로서, 다양한 사회적·기술적·지정학적 목표와 성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정법대학의 전 부교수이자 현재 칠레에서 활동 중인 천다오인은 "리 위원이 (총리로서) 이곳저곳을 수리할 수는 있겠지만 벽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건설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생활 측면에서 리 위원은 여전히 베일 속 인물이다. 그의 과거와 사생활에 대한 공개 정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장성 루이안현 출신인 리 위원은 17세 때 고향의 관개 시설에서 일했고, 1978년 중국에서 대학 교육이 재개될 당시 저장농업대학에 다녔다. 이후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국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홍콩이공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시 주석과 인연을 쌓은 시기는 2004~2007년 사이로,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은 리 위원을 비서실장으로 두었다. 이 시절 시 주석과 리 위원을 모두 만나봤다는 미국 작가 로런스 쿤은 "두 사람은 친해 보였다"며 "리 위원은 시 주석 앞에서 편안하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고 회고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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