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6일 근무제 합시다"…中양회에서 쏟아진 말말말

김재현 전문위원 2023. 3. 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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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국에서는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열리고 있다. 양회는 국회 격인 중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로 구성된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전체회의가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지도부와 대표 2966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했다. 2023.03.05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인대를 언급할 때 항상 '고무도장(rubber stamp)'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인대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은 14억 중국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양회 기간에 앞다퉈 톡톡 튀는 의안을 제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소니 사이크(Anthony Saich)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관계학 교수는 "(양회는) 대표들이 중요한 이슈를 제안함으로써 사람들의 눈에 띄고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인대 대표가 제안하는 온갖 의안은 실제로 법안으로 제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의안 제출을 통해 전인대 대표들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중국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광범위한 사회적 주목을 받은 의안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양회기간에도 △격주 주3일 휴무제셋째는 대학까지 무상교육교과서 검열과 외국인 대상으로 중국어 시험 실시 주장 등이 광범위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웨이보의 격주 주3일 휴무제 포스팅/사진=웨이보 캡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의안은 격주 주3일 휴무제다. 광둥성(省)의 숑슈이롱 정협 위원은 "주5일 근무제를 적절히 조정하여 격주 주3일 휴무제"를 시범 실시하자는 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즉, 첫째 주는 하루만 쉬고 둘째 주는 3일 쉬는 방식으로 '3일 연휴'를 늘려서 국내 관광업을 활성화하자는 제안이다.

숑 위원은 "이렇게 하면 기존 공휴일 제도가 규정한 공휴일을 늘리지 않으면서 한 해 동안 골고루 분포된 3일 연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연휴를 분산해서 휴가철 교통 체증도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중국 관영 인민일보 산하의 인민망이 올린 관련 포스팅의 조회수는 4932만회를 초과하고 7만8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중국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은 "많은 회사들이 주5일 근무제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주5일 근무제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등 격주 주3일 휴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스빙치 허베이성(省) 허지엔시 다좡촌 당서기/사진=중국신문망 동영상 캡쳐

중국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출산율 제고 방안도 쏟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주목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 정협위원은 셋째 아이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지원해서 출산율을 높이자는 의안을 제출했다. 중국은 '계획생육(計劃生育)' 정책을 통해 1978년부터 2013년까지 '한 가정, 한 자녀'의 산아제한정책을 펼치다 폐지했으나 최근 출산율 하락으로 인구 감소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중국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차이리(彩禮·신랑이 신부가족에게 주는 지참금) 문제도 제기됐다. 전인대 대표인 스빙치 허베이성(省) 허지엔시 다좡촌 당서기는 농촌에서 '차이리 적게 보내기'를 촉구하는 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차이리 적게 보내기'가 뿌리를 내리면 '차이리 안 보내기'도 주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높은 차이리로 인해 농촌 청년이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스빙치 당서기는 "내가 조사할 할 때 농촌 지역 차이리가 10만 위안(약 1850만원), 18만 위안(약 3300만원) 심지어 30만 위안(약 5550만원)까지 있는 등 상당히 높았다. 농민들은 공장 노동 아니면 농사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데 10만 위안 이상의 차이리는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우샤오핑 정협위원/사진=저우샤오핑 웨이보 캡쳐

중국의 애국주의 청년을 겨냥한 의안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유명한 국수주의 블로거인 저우샤오핑 정협 위원은 교과서가 출판되기 전에 지정된 웹사이트에 3개월 동안 공개해서 대중이 교과서 내용을 검증하자는 의안을 제시했다. 저우샤오핑은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의 애국적 에세이의 정능량(正能量·긍정적 에너지)을 칭찬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저우샤오핑은 중국에서 일하거나 유학하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은 해당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미리 중국어 시험을 통과하도록 요구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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