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귀한 몸 철스크랩, 국내선 ‘폐기물’
산업폐기물 취급받던 철스크랩(고철) 몸값이 뛰고 있다.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수 원자재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을 만드는 전기로 방식은 철광석을 고로(용광로)에 녹여 생산하는 방식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70~80% 줄일 수 있다. 2020년 철스크랩 가격은 t당 200달러대에 머물렀으나 최근엔 400달러를 훌쩍 넘겼다. 수요가 늘자 주요 국가들은 철스크랩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철스크랩을 자원 무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사들도 안정적인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관련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철스크랩 수요는 점점 늘고 있지만 외국과 달리 관련 법률상 폐기물로 분류돼 산업 생태계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각국은 철스크랩 수출제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철스크랩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 물량에 4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철강 생산이 늘면서 철스크랩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후 고로를 폐쇄하고 전기로 중심으로 설비를 교체하면서 2021년부터 거꾸로 철스크랩 수입을 재개한 상태다. 러시아 역시 철스크랩 수출에 t당 70유로(약 9만7000원)의 수출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 1월부터 철스크랩 자급을 위해 수출을 제한했고, 유럽연합(EU)도 최근 비(非)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철스크랩 수출제한 규정을 채택했다.
글로벌 철강사들은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관련 회사들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영국·독일·네덜란드·폴란드에서 철스크랩 업체 4사를 인수했다. 2008년 철스크랩 업체 DJJ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이룬 미국 1위 전기로 회사 뉴코어는 2021년 9~10월 그로스맨·가든 스트릿이라는 철스크랩 가공 회사를 사들였다. 미국의 2위 전기로 회사 SDI도 지난해 10월 멕시코의 철스크랩 가공 회사인 ROCA를 인수했다. 독일의 티센크루프, 인도의 타타스틸도 최근 철스크랩 업체와 합작사를 만들어 철스크랩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중요성 높아지는 철스크랩, 그러나 폐기물로 관리
국내에서도 철스크랩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저탄소 철강 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는데, 첫 번째 목표로 철스크랩 산업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국내 철강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이사회에서 6000억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내년 1월 착공해 2026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자동차 강판 같은 고품질 제품을 저탄소 전기로로 생산하는 하이큐브 생산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전기로를 가동한 동국제강도 탄소배출 저감형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원자재인 철스크랩의 안정적인 확보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철스크랩은 수출제한을 받는 주요 자원이 아니라 폐기물 관리법 적용을 받는 폐기물로 분류돼 수급·활용은 물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스크랩 회사는 법적으로 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하지만, 폐기물 처리 업체라는 인식 탓에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현실적으로 입주가 쉽지 않다. 또 철강사에 원자재를 만들어 공급하는 제조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수십억원이 드는 공장 신설이나 시설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스크랩 업체 관계자는 “언제든 폐기물 관리법을 잣대로 단속하게 되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야 철스크랩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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