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브레이크 안밟으면 재앙적 결과”… 강대강 내부결속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3.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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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시진핑 직접 비난-친강 경고 등 ‘정찰풍선’ 이후 對中 초강경 선회
習발언 영어 번역문선 ‘美’ 삭제… WSJ “경제실정 책임, 美에 돌리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해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업연합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미국을 직접 지칭하며 비난한 것에는 급변한 중국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양국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기류가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경제 회복을 꾀하는 중국이 대미 갈등을 부각시켜 경제 둔화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 中정찰풍선 사태 이후 ‘급랭기류’ 반영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압박과 대만해협 문제로 격화되던 미중 갈등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관계 개선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취소되는 등 양국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됐고, 시 주석의 이날 발언으로 미국에 한층 강경해진 기조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이룬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연설할 때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대해 서슬퍼렇게 경고하면서도 ‘미국’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만큼 시 주석이 이날 최고 정책 자문기구 정협에 참석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 포위, 억압을 자행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가져왔다”며 ‘미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봉쇄’ ‘포위’ ‘억압’ 같은 냉전시대 서방의 대소련 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더욱이 중국 최고지도자 연설은 공개, 비공개를 막론하고 매체로 발표할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 발언 내용을 중국어 원문에 그대로 보도했다. 다만 영어 번역문에서는 미국 봉쇄, 포위, 억압 같은 단어는 삭제하고 “국가(중국)가 안팎의 심오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한 만큼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인에게 민족주의 수사(레토릭)를 통해 반미 의식을 고취시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추진한 (엄격한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생긴 경제 실정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 친강 “대만 문제는 첫 번째 레드라인”

대미 강경 기조는 7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친 부장은 “우발적 사건인 (정찰)풍선 문제로 인해 미국의 중국 인식과 포지셔닝에 심각한 편차가 생겼다”면서 “미국의 대중 정책이 이성적이고 건강한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친 부장은 또 “미국은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상대방을 걸어 넘어뜨려 이기려는 악의적인 반칙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폭주하면 재앙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의 대명사처럼 인식돼 온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프레임을 두고도 “중국 외교는 관대하고 호의적이지만 승냥이가 길을 막고 흉악한 늑대가 오면 중국 외교관은 반드시 늑대와 함께 춤을 추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 부장은 이날 약 110분간의 기자회견 가운데 70∼80분 정도를 미국과 대만 관련 얘기에 쏟아부었다. 그는 대만 문제를 두고는 “미중 관계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면서 “대만은 철저히 중국 내정이며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경고하는 듯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할 수 있는 굳건한 결의와 의지,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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