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처벌 기로 앞에 놓인 '김만배 돈거래' 기자들

박재령, 김예리 기자 2023. 3.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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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 특혜 인정되면 '배임수재죄', '청탁금지법' 적용 가능
석연치 않은 돈거래에 "상식 수준 넘어… 위법 소지 존재"
회사 법적 대응 방침은 없어 "이미 징계 절차 완료"
"법적 위반 문제는 부차적… 합법이더라도 취재윤리 지적 가능"

[미디어오늘 박재령, 김예리 기자]

기자 출신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와 돈 거래를 한 언론사 간부들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대가성, 특혜 등이 인정되면 기자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돈거래 과정을 분석한 결과 위법 소지가 제기됐지만 회사 차원에서 기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고된 한국일보 전 뉴스부문장은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2월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석진환 전 한겨레 신문총괄이 9억 원, 한국일보 김 전 뉴스부문장과 중앙일보 조 전 논설위원이 1억 원을 각각 김씨에게 받았다. 이를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배임수재죄'와 '청탁금지법'이다. 대장동 관련 보도 등 금전거래의 '대가성'이 인정되면 배임수재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거래 절차에 차용증과 이자 등 '특혜'가 있었으면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

배임수재죄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금품을 제공한 사람 역시 배임증재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공직자나 언론인 등에 1회당 100만 원을 넘거나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직무와 무관하게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직무와 연관 있는 동일인으로부터 같은 금액 이하의 금품을 받으면 수수 금액 2~5배의 과태료에 처한다.

장윤미 변호사(법무법인 윈앤윈)는 6일 통화에서 “기자들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수는 있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판단되면 청탁금지법 적용이 어려워 취재윤리 차원에서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액수 자체가 상식적인 수준을 넘고 차용증이나 이자 수준도 명백하지 않아 사실상 그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하더라도 '대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배임수재는 은행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다. 뒷돈을 받고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해당 기자에게도 배임수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만배 돈거래' 사건 관련 한겨레 진상조사위 최종보고서.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지했다. 한겨레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석 전 총괄은 2019년 5월 수표로 3억 원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0년 8월까지 중도금 납입 시기에 맞춰 모두 5차례에 걸쳐 9억 원(선이자 1000만 원 포함)을 수표로 받았다. 석 전 총괄은 2021년 8월 아파트 분양대금을 모두 치렀고 남은 돈 2억 원을 김씨에 갚았다. 진상조사위는 “애초 2021년 8월 입주 시 전세를 놓고 보증금을 받아 빌린 돈을 모두 갚을 계획이었다고 석 전 총괄은 말했지만 '자녀 학업을 마친 뒤 천천히 갚으라'는 김씨 제안을 받아들여 변제 시기를 늦췄다는 게 석 전 총괄과 김씨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말한 내용”이라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이것이 정상적인 사인 간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차용증도 없었고, 이자도 '시중 최저 수준'으로 모호하게 언급됐기 때문이다. 변제 시기 약속도 불분명했다고 진상조사위는 밝혔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은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당시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통화에서 “법적 검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돈을 빌린 행위뿐 아니라 김만배씨와 골프 치고 밥·술을 먹은 게 있어 김영란법 위반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아직 채무 상태가 끝난 것이 아니고, 골프 접대 등은 별도의 조사가 필요해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 논쟁이 있었다. 우리가 법 위반으로 보인다고 해석할 순 있겠지만 법적인 부분을 '추정한다'는 식으로 쓸 순 없겠다는 이견이 있어 내용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한겨레 진상조사위는 보고서에서 편집국 의사결정 구조와 사내 시스템 기사 등록 및 수정이력 등을 전수조사한 끝에 석 전 총괄의 직접적 기사 영향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권 실장은 “배임수재는 청탁 실현 여부는 상관이 없고,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담는다면 배임수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확인되지 않는다로 적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 지난 1월13일자 한국일보 1면 사과문.

한국일보는 지난 1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했다. 김 전 부문장이 한국일보에 소명한 바에 따르면 그는 2020년 5월 김만배씨로부터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억 원을 빌렸다. 김 전 부문장은 양측이 차용증을 작성했으며 이자가 연 2%로 명시됐다고 했다. 다만 돈을 빌린 지 1년 뒤인 2021년 5월25일부터 매 연말에 이자를 내며, 2023년 5월25일 원금을 갚는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후 2021년 11월 초 김만배씨가 구속됐다. 돈을 빌린 지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김 전 부문장은 2022년 10월 이자 200만 원을 처음 갚았다. 돈을 빌린 지 2년 5개월여가 지난 시점으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다. 김 전 부문장은 김만배씨의 구속에 따른 계좌 가압류 등으로 제때 이자 등을 갚기 어려웠으며, 돈거래 보도 이후 2023년 1월에 원리금을 모두 갚았다고 밝히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를 따지려면, 연 2% 이자율과 1년의 유예 기간에 대한 해석이 핵심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사내 진상조사와 해당 간부의 소명을 종합한 결과 본사는 이자 지급 지연 등 사인 간 거래의 정상성이 불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자 지급 시기, 이자율도 사인 간 거래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김 전 뉴스부문장을 해고 의결했다.

김 전 부문장은 자신의 거래가 한겨레·중앙일보 간부 사례와는 다르다며 자신의 거래는 정상적인 사인 간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부문장은 지난달 15일 한국일보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단 해고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김 전 뉴스부문장은 통화에서 “결과가 금방 나온다.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나올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김 전 부문장이 대장동 관련 자사 보도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A기자는 7일 통화에서 “진상조사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그것은 수사의 영역이다. 진상조사는 했지만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김 전 부문장이 사회부장을 맡던 시절은 대장동 사건이 세간에 불거지기 이전이었던 만큼 김만배씨 관련 기사에 결정권을 행사했을 여지가 낮다는 시선도 있다.

▲ 지난 1월13일 중앙일보 2면 사과문.

중앙일보는 내부 징계 이전에 조 전 논설위원이 사표를 내자 곧바로 수리했다. 지난 1월13일 중앙일보 사과문에 따르면 조 당시 논설위원은 김만배씨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금전 거래를 했다. 중앙일보는 조 전 위원이 2018년 8000만 원을 김만배씨에게 빌려준 뒤 7개월여 만에 이자를 합해 9000만 원을 돌려받았고, 2020년에는 김씨로부터 1억 원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조 전 위원이 빌렸다고 밝힌 금액의 원리금을 상환했는지와 그 시점 등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위원은 7일 통화에서 지난 1월 관련 언론사 간부 돈거래 보도가 나온 뒤 김씨로부터 빌린 1억 원에 대한 원리금을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조 전 위원은 “변제 다 했다”며 관련 언론 보도 뒤 상환이 이뤄졌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더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상환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해당 기자들을 고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권태호 한겨레 논설실장은 “이미 해고가 된 사람이다. 회사는 최대치의 처벌을 했고, 남은 것은 석 전 총괄 개인과 검찰의 문제”라며 “제3자가 앞으로 고발은 한다고 하더라도 한겨레가 변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측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소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진황 편집국장은 같은 질문에 “한 적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기자들의 '배임수재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무죄로 드러나더라도 취재윤리 문제는 남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위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부급 인사가 이해관계자와 수억 원 거래했다는 건 언론윤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대장동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관련 업무를 계속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법 위반은 둘째 문제다. 언론윤리 측면이 더 중요하다. 이런 금전거래를 하면서도 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는지 내부에서 왜 미리 점검하지 못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력 외신처럼 지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부급 이상이 되면 주식변동 사항이나 일정 금액 이상의 금전거래를 내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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