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기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박서연, 윤수현 기자 입력 2023. 3. 8. 00:05 수정 2023. 3. 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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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닥친 중앙일보 파견 문제에 불안한 JTBC 기자들
2020년 방통위, JTBC에 '중앙일보 파견 해소' 재승인 이행 조건 부가
3월까지 해소 못 하면 '시정명령'… 신문 소속 JTBC 구성원 184명
회사 2월 중순부터 언급, 중앙그룹 "일정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일 뿐"
JTBC 기자들 "회사, 속도전 펼치려 임박해 밀어붙인다는 의심"

[미디어오늘 박서연, 윤수현 기자]

JTBC 기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JTBC는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부가한 재승인 조건에 따라 대주주인 중앙일보 소속 JTBC 기자들을 3월까지 전부 JTBC 소속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이 지난달 중순부터 공식적으로 소속 전환 이야기를 꺼내 일을 급박하게 진행하려 하자, 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은 모두 중앙일보 법인 소속으로 임금과 복지 혜택을 중앙일보가 정한 대로 받고 있는데, JTBC 기자들이 소속을 옮길 경우 달라지는 점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또 중앙일보노동조합(위원장 하선영 기자·중앙노조)은 중앙일보와 JTBC 조합원들이 모두 가입된 단일 노조인 상황이라, 현 중앙노조는 '2사 1노조'가 가능하도록 조합 규약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난 2일 중앙일보 사옥 21층 다목적홀에서 올해 첫 중앙일보 JTBC 노동조합 대의원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개최됐고, 대의원 22명 가운데 21명이 참석했다. 사진=중앙노조.

2020년 11월27일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 결과 714.89점(총점 1000점)을 받은 JTBC에 대한 승인유효기간을 총 5년으로 의결했다. 그러면서도 방통위는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중앙일보 소속인 JTBC 기자들의 파견 문제 해소를 재승인 조건으로 부가했다. 재승인을 받은 날(2020년 11월 27일)로부터 세부계획서를 6개월 이내에 제출하라고 했다. JTBC는 관련 계획을 2023년 3월까지 실행하겠다고 했고, 1개월 내인 오는 4월까지 그 결과인 이행실적도 제출해야 한다.

만일 JTBC가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받으면 재승인 심사 항목 중 방송평가 항목에서 감점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6일 “(JTBC 소속 전환이) 재승인 조건이 맞다. 재승인 후 JTBC가 최대 주주 소속 기자의 파견 등을 해소할 계획을 3개월 이내에 제출했다. 재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세부계획서도 제출했다. 세부 계획이 실행되고 있는지도 매년 확인하고 있다. 이행이 완료되면 1개월 이내 이행계획서도 제출하는데, 그걸 보고 시정명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재승인 심사 시 점수에도 반영되는 재승인 조건을 회사 측이 이행 기간 만료 직전에 공지하자, JTBC 기자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분노하는 모양새다.

JTBC의 A기자는 “2020년 방통위가 요구한 재승인 조건이다. 지난 2년 동안 어떠한 설명도 의견수렴도 없었다. 회사가 안일했거나 기자들이 대응할 수 없도록 일부러 임박해서 추진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TBC의 B기자도 “사측이 일부러 속도전을 펼치기 위해 한 달 남기고 밀어붙이는 거라고 본다. 합리적 의심인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전부터 차근차근했을 거다. JTBC노동조합 이른바 강성 방송노조가 생길 시간을 안 주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앙그룹 측은 7일 “방통위가 제시한 기한에 맞춰 안정적으로 재승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는 보도국 기자들의 소속 전환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으며 노조 측과도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다. 신방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측의 설명회가 지난달 28일에 있었고, 그 외 보도국과 편집국 차원의 수시 상담, 여론 수렴 창구가 24시간 열려있다”고 전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중앙일보, JTBC 사옥. 사진=중앙그룹.

중앙일보와 JTBC는 단일 노조다. 조합 규약 상 중앙노조 가입 조건은 '중앙일보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이므로, JTBC 소속이면 중앙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중앙노조는 시간상 JTBC 노조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JTBC 근로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규약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규약 변경 없이 JTBC로 소속을 바꾸는 절차를 진행한다면 노조가 없는 언론사의 기자가 되는 것이다.

규약 변경을 위한 중앙노조 총회는 오는 3월13일이나 14일경 개최될 예정이다. 규약 변경을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309명(편집국 175명, 보도국 134명) 중 절반 이상인 155명이 참석해야 하고, 3분의2 이상인 10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JTBC와 관련된 이슈라 JTBC 구성원들은 관심이 있겠지만, 중앙일보 구성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

규약 변경 안건이 부결되거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노조는 총회를 빠른 시일 내 다시 열어 같은 안건을 여러 번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1일 중앙노조는 JTBC 기자들의 소속 전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사측과 공식적으로 만나 의견을 주고받았다. 같은 달 23일 발행된 중앙노보를 보면 사측은 연차·퇴직금·대출 등과 관련해선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왜 지금 시점에 소속 전환을 하냐'는 질문에 사측은 “방통위 재승인 심사 시 기자 파견 해소가 여야 상임위원 만장일치의 승인 조건으로 결정됐다. 이후 방통위와 수차례 논의 끝에 올해 3월까지 파견 해소하기로 협의했다”고만 말했다.

노조와 사측의 만남 이후, 지난달 28일 오전 회사는 소속 전환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3일 발행된 중앙노보는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소속 전환 절차가 너무 급박하고 △JTBC의 경영 상황으로 짐작컨대 기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이고 △보도국 기자들의 불안함에 대해 사측이 구체적인 답변 혹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JTBC 기자들은 현재 방송사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처우가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JTBC의 C기자는 노보에 “회사가 그간 차일피일 소속 전환 문제를 미뤄오다 데드라인(3월)을 앞두고 부랴부랴 소속 전환 절차를 밟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고, JTBC의 D기자도 노보에 “설립된 지 10년 갓 넘은 회사로 갑자기 소속이 바뀌는 데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크다. 기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회사가 구체적인 해명과 경영 비전 등을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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