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정부 ‘사법개혁’에 이스라엘 예비군까지 집단 반발

김서영 기자 2023. 3. 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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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필수 임무 불참” 연서…정보부대와 정예 전투부대도 포함
불법 임무 수행 시 사법부 대신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 우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개혁’ 추진에 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 예비군 수백명은 비필수 임무에 불참하겠다는 연서에 서명했으며, 심지어는 훈련에서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사이버 정보부대와 정예 전투부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수뇌부는 공군 예비역 조종사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수백명의 예비역 조종사를 대표하는 중대장 50명이 지난 3일 이스라엘 공군 수장과 만나 정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F-15 전투기 조종사 37명 역시 이번주 훈련을 일부 빠지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지면서 군의 작전 준비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NYT에 밝혔다.

예비역 조종사들은 종종 시리아 및 가자지구 공습, 이란 핵시설 타격에 동원된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자신들에게 불법적인 임무를 시킬 경우,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을 유명무실해진 이스라엘 사법부 대신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의 집단행동까지 불러온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안은 대법원이 내린 위헌 결정을 의회의 단순 과반 의결(120표 중 61표)만으로 뒤집을 수 있게 하고, 대법관 선출위원회에 의회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이 사법 심사를 통해 기본법에 반하는 입법을 무력화하려 할 때 반대하는 대법관이 1명이라도 있으면 의회가 단순 과반 의결로 문제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법부의 의회 견제는 약화하고, 사법부에 대한 의회의 입김은 강화하는 방향이다.

네타냐후 지지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에 비해 의회의 권한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비판자들은 정식 헌법이 없는 이스라엘에서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면 정부 권한남용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부패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법부의 견제 기능과 더불어 민주주의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수만명이 참여하는 거리 시위를 연초부터 이어오고 있다.

NYT는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군대에까지 이러한 긴장이 휘젓고 있다”고 전했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10명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길란트 국방장관에게 보낸 연대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공군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군 내부 반발 억제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예비군들의 행동이 “우리의 존재 기반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갈리트 디스텔 아트바랸 정보장관은 “(흔들리는 예비군은) 애국자가 아니다. 이스라엘 국민이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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