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주 69시간’ 공식화에 직장인들 “다시 그렇겐 못 살아”

SNS에서 ‘가상 시간표’ 화제
주중 9시 출근·새벽 1시 퇴근
이동시간 빼면 잠은 5시간뿐
정부의 ‘휴가로 보상’ 제안엔
“연차도 다 못 쓰는데…” 냉소
정부가 지난 6일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과로에 시달리던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까 겁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자유롭게 쉬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정부 설명에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직장인들은 개편안을 두고 “시대에 역행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8년차 직장인 윤모씨(35)는 7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지난 몇 년간 회사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며 “과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됐다고 본다. 주 69시간 노동이 허용되면서 이런 인식도 퇴보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A씨(42)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주 69시간 노동을 찬성할 수가 없다”면서 “퇴근하며 눈치를 보고, 밥 먹듯 야근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안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장기 휴가 활성화 방안을 두고도 비판이 뒤따랐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 노동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회사원 김모씨(32)는 “기존에 있던 연차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게 가능하겠냐”고 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근로자 휴가 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연차 소진율은 76.1%였고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기업은 40.9%에 불과했다.
노사합의를 통한 연장 노동·휴식권 설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종빈씨(38)는 “정부의 노조 탄압 기조와 맞물려 보면 결국 기업 좋으라는 정책 아니냐”며 “노조 없는 영세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를 통해 사측과 협상을 하라고 했는데, 과연 제대로 협상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69시간 근무표’라는 제목의 사진이 1만회가량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정부 개편안이 시행돼 주 최대 69시간 노동할 경우를 가정한 가상의 직장인 일과표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근무하도록 짜였다.
출퇴근 시간을 1시간 반영하면 평일 수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오전 7시까지로 5시간에 불과했다. 여기에 주말 수면 시간은 온통 ‘기절’로 표시됐다. 평일에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은 기절 상태에 가까운 잠을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중 과로로 인해 토요일 일정엔 ‘병원’도 포함됐다. 밀린 집안일을 하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넷플릭스 시청’ 등 휴식 시간은 10시간에 불과했다. 다만 해당 근무표는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을 부여한다’는 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11시간 휴식을 반영하지 않고 주 5일 근무를 하게 되면 주 64시간이 상한이 된다.
‘주 69시간 체감해보기’라는 제목의 글도 SNS에 확산했는데, 하루 10~16시간을 일했던 산업혁명 시대 영국 노동자 근무시간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 6일 69시간을 일하려면 하루 꼬박 11시간30분씩 일해야 한다는 것을 산업혁명기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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