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략 전문가' 中 왕이웨이 교수 "2023년 하반기 시진핑 방한 가능성… 韓·中 우호 분위기 조성돼야" [세계초대석]

이귀전 2023. 3.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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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로나 후 中에 대한 편견 커져
양 정상간 소통, 국민 정서 개선 도움
G2 사이 끼어 있어 곤란한 상황 처해
기업이 中과 협력해야 경제 이득될 것
대립중인 美·中관계 향후 10년이 중요
기후변화·北 문제 등이 협력의 출발점
北, 러시아 제재 보며 불안감 느낄 것
韓·中 함께 北에 투자해 발전 이끌어야

“정상 회담은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올해 하반기 정도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 이론, 외교 전략 전문가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7일 세계일보와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왕 교수는 국민 간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인적교류가 늘고 학계의 공동 연구 등 협력이 강화되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향후 10년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나 북한 문제 등이 미·중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왕 교수는 유럽연합(EU)이 뛰어난 업적을 보인 학자에게 수여하는 ‘장 모네 석좌교수’로 2017년 선정된 바 있다, 또 약 3년 동안 EU 주재 외교관을 지내는 등 국제 외교 현장 경험을 가진 학자로, 중국 지도부에 외교전략을 조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복잡하다. 구조적인 문제는 미국이 항상 세계를 주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미국 주도에서 벗어나려 고민하게 된다. 미국은 앞으로 10년을 아주 중요하게 본다. 10년 안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고,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추월하지 못하면 미국은 동맹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동맹국들이 화웨이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그의 동맹을 통제할 수 있는가. 이것이 중·미 관계를 전반적으로 안 좋게 보는 근본적인 이유다.”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가 중국 베이징의 학교 연구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해 “장기적인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나아질 계기가 있다면.

“중·미 관계라고 해서 협력의 희망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의식해 대중 강경노선을 유지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미·중 관계도 가드레일 같은 걸 만들려 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도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간에 전략적 균형을 이뤘다. 지금 중국과 마지노선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기에 협력도 있을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공동 관심을 가질 부분도 있다. 또 북한 문제가 출발점일 수 있다. 미사일 발사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같이 협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미·중 관계는 한·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과거에는 하나의 세계화였고 그 안에 중국이 있었지만 이제는 두 개의 세계화, 심지어는 다른 체제가 될 것이고 공급망도 대체될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중·미 사이에 있다.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과 고도로 연결돼 있고, 미국과도 상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안보상 한국이 미국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은 크게 제약받을 수 있다.”
―한국의 미국 쏠림이 계속될 경우 중국의 행보는.

“중국은 한국이 미·중 전략게임 경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특히 기업이 중국 등과 협력하는 것은 경제에 이익이 된다. 산업은 고도로 통합돼 있으므로 여전히 시장 원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선진국의 인플레이션과 보호주의 등으로 큰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의 법칙은 쉽게 파괴돼선 안 된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연계와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등을 감안하면 경제에서 인위적으로 높은 비용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대중 정책을 보면.

“윤 대통령은 취임 전 굉장히 친미적인 대통령이라고 여겨졌고, 한·중 관계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한국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유럽과 한국에 큰 피해를 주는 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한국을 무시하는 부분이다. 너무 미국에 치우치지 않았던 것은 미국에 대한 실망이 적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인식도 재계와 국내 정서 등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다만 한·미 동맹은 과거 주로 한반도를 겨냥한 것이었다.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이버방위센터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IPEF)에 가입한 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한·미 동맹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미 동맹도 더 많이 중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한국은 중·미 대결 논리에 엮이게 될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데.

“6·25전쟁의 영향과 북·중 특수관계 때문에 기대가 매우 높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자국의 안보를 담보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이 이전처럼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무기로 가는 길을 미국이 이끈 것으로 봐야 한다. 핵무기 없는 나라들 이라크, 리비아 등이 미국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으니 북한은 당연히 불안하다. 특히 지금 러시아 제재를 보면서 북한은 더욱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 등 주변국에 모두 위험하다. 모두가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핵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 장소는 중국에 더 가깝다. 중국과 접경이라 원하지 않지만 방법이 없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안도감을 높일 수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함께 투자하면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양국 국민 사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미국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편견이 많다. 지난 3년간 전염병 예방과 통제로 생긴 장벽이 있다. 국민 간 정서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시 주석의 방한, 윤 대통령의 방중이 국민 정서를 개선하는 데 절실히 필요하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다음 해 시 주석이 한국을 찾아 양국 관계에서 굉장히 좋은 효과가 났다. 서로 만나면 문화적, 심리적 측면에서 더 가까워질 것이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까.

“윤 대통령도 초청했고, 중국도 윤 대통령 방문을 요청했다.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몇 년째 열리지 않았다. 우선 쌍방, 그다음에 한·중·일 3자 정상회담 모두 해야 한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고, 일본을 방문할 수도 있다. 중국은 중동, 중앙아시아 등 많은 지역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정상회의는 없었다. 국가 원수의 방문은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어떤 종류의 협정이나 협력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 장기적인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서로 경의만 표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에 힘들고 하반기 정도에 가능성이 있다. 먼저 외교 수장들이 방문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 간 방문 후 한·중 관계가 나아질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여행객 등 인적교류가 별로 없었다. 중국은 한·중·일 영화도 같이 찍고 동북아의 공동역사 같은 교과서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 왔다. 공동 연구는 몇 년 동안 중단됐는데 이제 복원해야 한다. 이 방면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대만, 반도체 등은 중국과 미국의 큰 전략적 게임이다. 한국이 미국에 기울어져 있지만 중국과 좋은 경제 및 기술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동시에 미국과도 문제가 되지 않게 유지하면 된다. 더 나은 경우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다리와 연결 고리가 되면 더 좋을 것이다. 기업가들은 매우 실용적이고 똑똑한 사람들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응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무력 통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덩샤오핑(鄧小平)은 80년대에 대만은 독립할 수 없다는 중요한 말을 했다. 만약 대만이 독립한다면, 대만은 항상 중국이 다시 섬을 가져갈까 봐 걱정하게 되니 대만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자 유일한 선택은 대륙과 통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평안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잘 되기 위해 독립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단순히 미·중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물론 평화적인 방식으로 점진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되기를 원하지만, 어떤 미국인들은 무력을 사용하길 원한다.”

왕이웨이 교수는… ●1971년 장시성 출생 ●화둥이공대 환경공학과 ●푸단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연세대 방문교수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교수 ●주유럽연합 중국대표부 외교관 ●퉁지대 교수 및 국제공공문제연구소 소장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베이징=글·사진 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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