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손발 안맞는 통상외교, 美 칩스법 제각각 늑장 대응에 기업들 불안감 고조

박정일 2023. 3. 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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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고는 하는데, 논의 과정을 보면 정작 기업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노력한다고 하지만 각 부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7일 익명을 요청한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놓은 데 이어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칩스법)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관련 기업에 불리한 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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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다양한 채널 美와 논의
늑장대응에 기업들 불안 고조

"정부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고는 하는데, 정부와 업체들 간의 논의 과정을 보면 정작 기업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주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는 하는데 각 부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7일 익명을 요청한 한 무역업계의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놓은 데 이어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하 칩스법)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불리한 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통상현안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이 자료에서 작년 8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발효 직후 이창양 산업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보냈고, 다음달에는 한미 상무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대미 반도체 통상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등 다양한 채널에서 미국 정부와 논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말 대로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칩스법의 독소조항으로 지목하고 있는 초과이익 환수 문제와 보조금 수혜 기업의 10년 간 중국 내 추가투자 금지 조항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니면 반대로 미국과 소통을 했지만 속내를 제대로 알진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지어야 하는 기업들은 당장 이번달부터 시작된 보조금 신청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의 늑장 대응에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고, 현대자동차가 국제통상 전문가인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이 같은 불안감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주무부처인 산업부보다 먼저 외교부가 칩스법에 대응하겠다는 브리핑을 한 것도 의문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유관 부처, 업계와 소통하면서 필요한 외교적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유기적으로 대응해도 모자를 판에 외교부와 산업부가 실적을 다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IRA나 수출 통제와 지금 반도체 지원법 관련해서는 모두 산업부가 주무부처"라면서도 "다만 부처 간 협조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미국 상무부와 카운터파트로 주무로 있고 관계 부처가 협조하는 모양새는 흔들림 없으나 공관 지원, 외교 협조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며 "최근 외교부 메시지도 범부처 차원에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의미 정도"라고 설명했다.

통상 분야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가 나서 보다 전략적인 사고와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지도부는 적극적인 경기부양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다 안정적인 산업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의 기술 견제와 제조업의 탈중국화로 중장기 공급망 안정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살길 찾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대내·외에 알렸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미국 순방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칩스법 등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해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박정일·정석준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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