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야구 대축제’ WBC에는 스토리가 있다
6년 만에 돌아온 ‘야구 대축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8일 개막한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고, 국적과 다른 나라를 대표해 뛰는 이색적인 광경을 만나볼 수 있다. 14년 만의 한·일전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WBC를 풍성하게 만든다.
2023 WBC는 8일 오후 1시(한국시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A조 쿠바와 네덜란드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14일 간의 레이스에 돌입한다.
20개국 선수 600명이 세계 야구 최강 타이틀을 놓고 겨룬다. 이중 메이저리그 구단에 속한 선수가 332명,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현역 빅리거가 186명에 달한다. 미국 대표팀 주장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를 비롯해 MVP 출신 7명도 각국 대표로 나선다. B조에서 호주, 일본, 체코, 중국을 차례로 만나는 한국 대표팀은 4강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한솥밥 먹던 동료에서 적으로
WBC에선 국적에 상관 없이 부모의 혈통에 따라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 이같은 규정 덕분에 한국 출신 이민자 어머니를 둔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한국 야구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외국 국적 선수를 국가대표로 발탁한 건 한국야구 사상 최초다.
에드먼은 일본 대표로 나서는 일본계 미국인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와 절친한 동료에서 라이벌로 맞서게 됐다.
일본이 낳은 ‘투타 겸업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4강 진출시 LA 에인절스 동료인 트라우트(미국)와 투타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오타니는 지난 6일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연타석 3점홈런을 날리며 ‘이도류’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 대표팀 내야수 김하성(샌디에이고)도 ‘샌디에이고 매치’를 기대한다. 조별리그 한일전에서 투수 다르빗슈 유와 대결하고, 4강 또는 결승에서 도미니카공화국 내야수 매니 마차도와 맞붙는 시나리오다.
■14년 만에 한·일전 복수 꿈꾼다
국내 야구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10일 일본전이다. 한국이 ‘숙적’ 일본과 WBC에서 격돌하는 건 2009년 2회 대회 결승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3-5로 져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 한·일전에서 우완 다르빗슈를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르빗슈는 2009년 WBC 결승에서 마무리로 나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한국을 울렸다. 여기에 ‘괴력의 타자’ 오타니까지 합세한다. 일본으로선 중심 타자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게 악재다.
하지만 한국에도 지난해 KBO리그 타격 5관왕과 MVP를 휩쓴 이정후(키움)와 김하성·에드먼이 이루는 빅리거 키스톤콤비가 있다. 왼손타자가 많은 일본을 잡으려면 차세대 좌완 에이스인 구창모 등 왼손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영업맨도, 소방관도 야구합니다
체코와 영국은 처음 WBC 본선 무대를 밟는다. 특히 야구를 향한 열정 하나로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체코 대표팀 선수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체코 대표팀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고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다. 영업사원, 소방관, 고교 지리 교사, 부동산 중개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다.
체코에서 야구는 돈이 되지 않는다. 훈련하려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야구를 놓지 않는 건 그만큼 야구를 사랑해서다. 체코 선수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WBC에 출전한다. ‘영업맨’이자 내야수 마르틴 체르벤카는 “야구는 0-0으로 시작한다.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우리도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 화이트삭스 외야수 루이스 로베르트는 쿠바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첫 망명 선수가 됐다. 그간 WBC를 주관하는 미국과 쿠바의 외교 문제로 빅리거들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부터 길이 열렸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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