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돌봄’도 사교육 의존… 초등생 85% 학원 등 다녀 [사교육비 사상 최대]

김유나 2023. 3.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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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년 연속 역대 최대 상승 ‘쇼크’
중학 76%·고교 66%보다 최대 19%p↑
초등생중 2학년 88%로 참여비율 최고
액수 증가폭도 초등생 9.2%로 가장 커
마스크 수업에 언어발달 우려 등 작용
방과후수업·돌봄교실 부족 등도 원인
맞벌이 부부, 아이 맡길 곳 없어 발동동
교육부 “돌봄 고려한 대책 내놓을 것”
7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의 사교육 증가다. 초등학생은 중·고생보다 사교육 참여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물론 사교육비 증가세도 가팔랐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 상당수가 ‘돌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돌봄 정책이 부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가는 성수기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조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도 23조4158억원보다 10.8% 늘어난 수치다. 뉴스1
◆초등학생 10명 중 8명 사교육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9년 83.5%에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69.7%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 82%로 오르고, 지난해에는 85.2%까지 치솟았다. 이는 중학생(76.2%)보다 9%포인트, 고등학생(66%)보다는 19.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전년 대비 참여율 증가도 초등학생(3.2%포인트)이 중학생(3%포인트)이나 고등학생(1.4%포인트)보다 높았다. 특히 초등학생 중에서도 2학년(88%), 3학년(87.6%) 등 저학년의 사교육 참여율이 5·6학년(82%)보다 높았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43만7000원 △중학생 57만5000원 △고등학생 69만3000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많았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 폭은 초등학생 9.2%, 중학생 7.4%, 고등학생 7.3%로 초등학생이 가장 가팔랐다.

◆코로나19·돌봄 정책 부재가 원인

교육계에서는 초등학생의 사교육이 크게 뛴 것은 코로나19와 정부의 부족한 돌봄 정책이 얽힌 결과로 보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초등학교 2·3학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코로나19를 겪은 세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학습 공백을 겪었다는 우려가 크다.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 언어 발달이 잘되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은 코로나19로 언어 습득, 문해력에 대한 우려가 컸을 것”이라며 “출발선에서 학습 결손을 보충하지 않으면 중·고교에 가서도 계속 어렵다는 생각에 사교육을 더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돌봄교실 등이 부족한 것도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을 하는 초등학생의 18%는 사교육 목적을 ‘보육·친구 사귀기 등’으로 꼽았다. 실제 맞벌이 가정 등에서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각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모자라다. 초등학생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2019년 58.7%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10.9%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1년 35.3%, 2022년 47%로 올랐지만, 아직 코로나19 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지난해 전국 학교 돌봄 대기자는 1만5000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는 한모(39)씨는 “학교 돌봄교실 자리가 부족해 아이를 태권도와 영어학원에 보낸다. 학원이 돌봄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교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면 학원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돌봄 정책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초등학생 사교육 중 상당수는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 사교육 통계는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돌봄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사교육 대책에 돌봄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역대 최대’ 사교육비 통계가 나오자 교육계에선 일제히 교육부를 성토하는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사교육비가 두 해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왜 증가했는지, 어느 부분이 부족했는지 분석조차 없어 유감”이라며 “사교육비는 결국 ‘자녀 키우기 어려운 한국’을 만들어 저출생으로 이어진다.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저출생 고리를 끊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근본 원인을 해소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미봉책 양산을 중단하고 이제라도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사 증원, 입시 경쟁 교육 해소, 대학 체제 개편 등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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