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구속력없는 '각자발표' 논란…2015년 위안부 합의와도 달라

김효정 2023. 3. 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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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도적 해법' 내놓고 日은 '역대 입장 계승' 발표만
정부, 강제징용 해법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최대 외교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해법을 6일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앞. 2023.3.6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김지연 기자 = 지난 6일 공개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은 한일 간 협상을 통한 합의가 아니라 한일 정부가 각자의 조치 및 입장을 발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해법 발표를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으로부터는 '포괄적 사죄와 자발적 기여'란 호응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에 구속력 있는 후속조치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2015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와도 다른 점이다.

그러나 이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성격 차이 등에서 비롯한 피치 못할 한계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위안부 협상과 다른 성격…합의 필요 없어"

이번 해법 발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계획을 밝히는 방식이었다.

뒤이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약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외교장관이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환영 성명에서 '두 개의 역사적인 외교장관 발표'(two historic foreign ministerial statements)라고 표현한 데서도 드러난다.

일본 기업의 재단 기여 가능성 등은 아직 열려 있지만 기약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일본 기업 참여 가능성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일본측의 자발적 기여를 환영한다"고만 말했다.

피고기업이 아닌 일반 일본 기업들이 재단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아니라 한국의 해법 이행 과정을 어느 정도 지켜본 결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당시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외무상이 회담에서 합의를 타결하고 공동기자회견으로 발표를 내놨다.

당시 기시다 외무상이 일본이 할 일과 입장을, 윤 장관이 한국 정부가 할 일과 입장을 각각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차이에 대해 "(이번 해법은) 한일간 2015년 위안부 협상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도적인 우리 정부의 해법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합의가 필요 없는 것이다. 이어서 일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이어지는 그런 구도"라고도 밝혔다.

결국 정부가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외교 협상을 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일본의 그간 요구대로 이 문제를 자체 해결하는 것으로 귀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이번 협의 과정에서 이전부터도 "합의문으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어떤 해법을 발표한 이후 일본이 그것에 대해 어떤 성의 있는 조치를 발표하는 형식"(외교부 당국자)이 될 것이라고 예고해 오기는 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일본의 사죄와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 등 구체적 성과를 얻어내긴 했지만, 합의 형태였기 때문에 일본이 원하는 '불가역적으로 해결' 문구도 함께 넣어 역풍을 받았던 것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위안부·강제징용 사안 차이의 한계…속도감 치중 아쉬움"

이번 해법이 일본과의 구속력 있는 합의의 형태가 아닌 한국의 주도적인 결정이라는 형식으로 나온 데는 양 사안의 근본적인 차이점에서 오는 양국 입장차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이 문제가 해결됐고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우리한테 갖고 왔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뭐라고 얘기하더라도 사죄와 반성할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이 돈을 내고 기존 입장을 계승한다는 것도 일본 입장에선 약간은 양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끝났다는 원칙상 피고기업의 판결금 참여를 거부해왔지만 한국 대법원은 2012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반면 전시 성폭력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 메커니즘 자체가 없었다는 게 당시 한일의 공통 인식이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이번에 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속도감에 치중하면서 결과물이 미진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이 모두 돈을 내는 것"이라며 "(일본의) 통절한 사죄와 반성도 없고 그냥 이전 선언을 승계한다는 것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현금화가 올해 아니면 내년에 진행되니 일본도 그건 좀 피하고 싶을 테고 그런 과정에서 교섭을 했으면 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버티면서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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