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윤경림 택한 KT…與 반발에 '가시밭길' 예고
KT 이사회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확정했다.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연속 'KT맨'이 텔코(Telco·통신기업)에서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로 진화하는 KT의 방향타를 잡게 됐다. 여권이 윤 사장을 "구현모의 아바타"라며 강도높게 비판했지만, KT 이사회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을 시작으로 '가시밭길'이 불가피하다.
KT 이사회는 이날 오후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확정해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7일 밝혔다.
1963년생인 윤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데이콤(현 LG유플러스)와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KT를 두루 거친 통신 전문가다. CJ그룹에서 기획담당 부사장,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장(부사장) 등을 거친 후 구 대표의 러브콜에 친정인 KT로 돌아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김대유·유희열·표현명·여은정·김용헌 사외이사 등 6명의 면접관은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앞서 전문가 인선자문단이 압축한 대표이사 후보 숏리스트 4인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최근 KT의 차기 대표 선출 과정에 대한 여권의 압박 등에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벤자민홍 사외이사는 이날 면접도 참여하지 않았다.
면접에는 박윤영 전 KT 전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등 4명이 나섰다. 심사 결과에 대해 강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DT(디지털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말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밝히자 내부 심사를 거쳐 '연임 적격' 판단했지만 절차의 불투명성 논란 등을 의식한 구 대표가 경선을 자처했고, 이후 복수 후보 경쟁을 거쳐 구 대표는 한 번 더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적한 데 이어 여당과 대통령실마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면서 KT는 기존의 대표이사 선출 과정을 백지화하고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다시 착수했다.
과거 KT 경영진 출신의 OB(올드보이)를 비롯해 정치권과 고위 관료 출신의 외부인사, KT그룹 현 경영진까지 총 34명이 도전한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구 대표가 지난달 23일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전·현직 KT맨으로 구성된 4명의 숏리스트가 나왔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들만의 리그"라 공개 비판하면서 대표선임이 다시금 혼돈에 빠졌다.
일각에선 20년 전 민영화 된 KT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고리로 압박을 가한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앞선 두 차례 구 대표 연임 결정을 밀실에서 처리해 '공정·투명성'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눈 앞의 숏리스트 후보자 면접마저 거부하는 등 사외이사들의 좌충우돌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이번 주총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사외이사진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월 사임한 노무현 정부 '왕특보' 출신 이강철 이사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대유 이사, 2017년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유희열 이사도 잔여 임기와 관계없이 KT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줄대기'에 몰두하는 KT의 병폐가 여권의 'KT맨 대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만큼, 이 같은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겐 고강도의 내부혁신과 정부·여당과의 적극적 소통 등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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