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관저 개입' 의혹 보도 기자 "경찰 봐주기 수사 의심"

김도연 기자 2023. 3. 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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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위축 우려 토론회
대통령실의 기자 고발 조처 등에 비판 목소리 커
"윤 정권, 검찰과 감찰, 사찰 통한 언론 통제 시도"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기자가 “경찰은 천공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 기자는 7일 오후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이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반발하며 수사기관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이름으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열렸다.

▲ 최병호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 기자가 7일 오후 한국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앞서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는 지난달 2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인용해 “2022년 3월경 천공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윤핵관'으로 꼽히는 A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보도했다가 피소됐다.

대통령실은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뉴스토마토·한국일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했다”는 것이다.

천공은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멘토로 주목 받은 인물로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 중심에 있는 인사다. 천공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최초 제기했다.

최 기자에 따르면,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김 전 의원에게 제보한 인사가 부승찬 전 대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실명 보도를 위해 부 전 대변인의 증언을 어렵게 설득했다고 한다. 편집국장과 기자 2명이 보도 전날인 2월1일까지 부 전 대변인이 거주하던 제주도까지 찾아가 설득했다는 것.

최 기자는 “지배 권력이 (천공과 관련해) 무엇인가 감추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탐사보도팀을 구성해 취재했다”며 “김 전 의원에게 제보한 이가 부승찬 전 대변인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로 보도해서는 천공에게 도망갈 여지만 줄 수 있겠다 싶어 실명 보도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기사 바이라인은 총 4명인데, 대통령실이 고발한 기자는 3명뿐”이라며 “기사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고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발장을 받는 과정도 어려웠다. 아직 경찰에서 조사로 연락 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 한국기자협회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최 기자는 “부 전 대변인도 고발장을 못 받은 상태였는데,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달 말 그의 집을 찾아 25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이런 상황을 보며 윤석열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하는구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돌아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통상 언론사를 상대로 고발을 하면 언론사 대표나 편집국장 등 보도 책임자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하는데 기자 개인을 고발했다”며 “이는 '우리 역린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서울사무소 CCTV 등 자료 확보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CCTV를 확보하려고 국방부 및 대통령경호처 등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의) 보안 검토가 이뤄진 자료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아울러 천공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천공을 부르려 했으나 연락이 됐다, 안 됐다 한다는 것이다. 부 전 대변인은 압수수색을 받고 소환을 앞두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누가 봐도 천공을 봐주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언론 소송 전문가인 정민영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정부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판 보도는 악의적이고 심히 상당성을 잃은 게 아니면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나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면,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함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MBC '바이든 날리면' 보도가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민의힘이 고발한 사건도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며 “대통령에 관한 여당의 고발 사건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무리한 수사를 벌이게 된다. 기자 동선을 파악하거나 보도 경위를 묻고 영장을 받아 휴대전화를 열어보려 한다든지, 이 과정 자체가 언론사에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지켜보는 타 언론사들도 보도 대가가 클 수 있다고 판단해 취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지인을 취재했다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UPI뉴스의 송창섭 기자가 7일 오후 한국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윤 대통령 지인을 취재했다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UPI뉴스의 송창섭 기자는 “경찰과 검찰의 허술한 수사와 언론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와 같은 인터넷 언론은 소송 비용을 무시 못한다. 경영진은 소송 압박에 타협하거나 기사 삭제를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언론계에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의혹 기사를 보도하는 게 부담스러워진다”며 의혹 제기를 막으려는 봉쇄소송을 우려했다.

토론회 발제자인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윤석열 정권은 검찰과 감찰, 사찰을 통한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대통령 비판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은 처벌과 보복 조치라고 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언론 자유 위축이 있을 수 있지만 언론의 대통령 권력 감시 보도가 도리어 강화할 공산이 크다. 해당 언론사와 대통령의 갈등 관계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언론에 대한 보복성 법적 조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 크기를 협소하게 만든다”며 “한국 언론은 민주화와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기 때문에 쉽게 언론 자유가 퇴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 한국기자협회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왼쪽)와 사회를 맡은 박록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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