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영웅들 … “소방관 안전교육·첨단장비 활성화를” [뉴스 투데이]

송은아 2023. 3. 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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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순직 방지 대책은
2012∼2021년 44명 목숨 잃어
화재시 2인1조 활동 인력 부족
지휘관 승진 체계 개선 등 시급
건축물은 대형화·다양화하지만
화재 현장 안전관리실태 미흡
“안전불감증부터 바꿔야” 지적
6일 성공일(30) 소방사와 70대 노인이 전북 김제 주택화재 현장에서 숨지면서 새내기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됐다. 지난해 1월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후 일선 소방관들은 거리로 나와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재발방지를 촉구했지만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현장 투입 전 실질적 안전훈련, 드론·로봇을 활용한 진화 작업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사 현장 6일 오후 구조 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등 2명이 숨진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3분 전북 김제 주택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금산119안전센터 소속 성 소방사와 70대 노인이 숨졌다. 성 소방사는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지난해 5월 임용돼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았다. 최근 2년간 새내기 소방관의 순직이 반복되는 데는 소방공무원 교육훈련 인프라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서 지난해 1월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 중 한 명인 조우찬(25) 소방사도 임관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였다. 2021년 6월 울산 중구 상가 화재현장에서 부상해 숨진 노명래 소방사(29)도 경력 1년 5개월의 신참이었다.
평택 냉동창고 화재 이후 정부는 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책을 내놓았으나 교육여건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전국 9개 소방학교와 4개 소방교육대 중 실화재 훈련시설을 갖춘 곳은 소방학교 6곳, 소방교육대 2곳으로 총 8곳에 그친다. 소방청은 지난해 5월 소방공무원 교육훈련 4대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2024년까지 전 소방학교·교육대에 실화재 훈련시설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다급한 상황에선 평소 알고 있던 안전 수칙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마음만 앞서가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소방공무원 채용 시험도 어려워졌다는데, 채용 과정에서부터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관 순직 사건 재발을 방지하려면 교육훈련 기간 확대와 함께 첨단 소방장비의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화재현장) 진입 시 매뉴얼이 있을 텐데,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며 “또한 첨단 소방장비를 이용한 화재 진압이라든가 구조 장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지키는 것이 소방관의 임무겠지만 ‘본인의 안전을 위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택 화재 이후 현장 지휘관의 대처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일선 소방관들은 현장근무자보다 행정근무자가 승진에 유리해 현장 경험이 부족한 지휘관이 나오는 구조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방청은 지난해 4월 지휘관 자격인증 과정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전북 김제의 한 불이 난 주택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 작업 중 순직한 김제소방서 소속 성공일 소방사의 빈소가 7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소방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소방관 순직 통계 등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순직 인원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소방력 부족을 지적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2021년 순직한 소방관은 총 44명에 달한다. 제 전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현장이라도 인명 검색을 해야 하는데, 인명 검색을 하려면 2인 1조로 행동해야 한다”며 “2인 1조로 활동할 수 있는 소방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근본적으로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건축물의 대형화·다양화로 재난현장의 위험성이 증가하지만 안전 인식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최근 물류창고 건설공사장의 안전관리실태를 긴급점검한 결과, 시스템 비계 설치 미흡 등 안전 관련 문제점이 145건이나 발견됐다. 물류창고 건설공사장은 대형 화재사고의 대표적인 화약고다. 2015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 화재로 2명,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38명, 2020년 7월 용인 양지SLC 물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특히 2021년 6월17일 이천시 마장면 쿠팡물류센터에서 큰 불이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송은아·김주영·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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