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뭐좀 발라" 외모 간섭받는 '직장인 비너스' 모습은

오지혜 2023. 3.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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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이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대형 패널에 부착된 사람 그림에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외모 지적과 간섭을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이 퍼포먼스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성의 날 기념 외모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면서 마련한 것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여성을 향한 외모 지적, 비하, 간섭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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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여성이 듣는 외모 지적 담아 만든 '직장인 비너스'
큰 가슴, 치마·하이힐 차림... "성차별적 시선의 결과물"
"외모 지적·간섭,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해야"
3.8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외모 지적 구애 갑질 이제그만'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작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화장 좀 제대로 해라" "남자들은 머리 묶은 걸 좋아해" "아빠 같아서 하는 말인데 살 좀 빼!"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이란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대형 패널에 부착된 사람 그림에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외모 지적과 간섭을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직장인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은 사람 그림에는 가슴이 부각되는 코르셋과 치마가 붙었고, 붉은 입술과 묶은 머리 모양이 부착됐다. 그 옆에는 여성에게 쏟아지는 외모 지적이 적힌 말풍선도 함께였다. 이 퍼포먼스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성의 날 기념 외모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면서 마련한 것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성추행을 제외한 일상 내 젠더폭력으로 가장 많은 것은 외모 지적(23.1%)이었다. 특히 여성은 36.3%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은 △외모 비하(22.8%) △외모 간섭(24.4%) △성형수술 요구(6.3%) 등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남성보다 1.3~3배 높은 수치였다.


"얼굴도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나?"... 차별적 직장문화에서 시작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가영(가명)씨는 '우리 가영이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너한테 대시해서 결혼했을 텐데', '앞트임 할 생각 없느냐'는 이야기를 직장 상사·동료로부터 수개월간 들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진씨는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고,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지옥 같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다"며 "결국 심리적으로 불안해 약을 복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외모 지적이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차별하는 직장 문화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업무 능력과 외모는 연관이 없음에도, 상대방의 외모가 자신의 성 관념과 다를 경우 이를 꾸짖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성차별적 조직일수록 여성의 외모, 말투, 행동, 표정, 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하 노무사는 "옷차림과 외모 지적, 칭찬을 빙자한 외모 평가 등 괴롭힘이 너무 일상적이어서 피해자가 오히려 예민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외모 갑질,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야"

3.8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외모 지적 구애 갑질 이제그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직장갑질119는 여성을 향한 외모 지적, 비하, 간섭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울 노무사는 "여성의 신체를 평가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준다"며 "고용노동부는 직장 괴롭힘 관련 매뉴얼에 성차별적 괴롭힘 유형을 추가하고, 차별적 언행도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인권·생존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1977년 유엔이 공식 지정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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