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준석이 전복시키려 한다’는 윤핵관 말 믿어”

최혜정 2023. 3.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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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력투쟁]최혜정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일방주의 때문에 보수 몰락, 이견 ‘린치’하는 게 문화
‘천아용인’이 관심 모으는 건 ‘정상인’에 대한 갈구
신규 당원들 윤핵관·윤리위 공격 때 대거 유입
윤 대통령, 입당 때 ‘이준석 기 꺾어야 된다’며 패싱
윤핵관 이상한 얘기를 걸러내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
국민의힘,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정당민주주의 지켜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을 지휘할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선출된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 개입으로 초토화됐던 전당대회는,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등장하면서 단숨에 ‘윤석열-이준석 대리전’ 양상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이들이 친윤계 후보들을 제치고 모두 본선에 진출한 것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공유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대표는 ‘천아용인 바람’의 이유로 “사람들이 정상인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천아용인을 이용한 자기정치’라는 지적에는 “국민의힘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꿔놓기 위해 내 선거처럼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윤핵관의 이상한 소리를 필터링하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이라고 직격했다. 또 윤 대통령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에 빗댄 기자회견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최근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출간한 그는 전당대회 뒤 전국을 돌며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엄석대’ 기자회견이 화제인데요. 많은 분들을 연상하게 하더라고요.

“이번에 쓴 책도 그렇고, 기자회견문에도 윤석열 세 글자가 안 들어갔거든요. 제가 농담으로 얘기했어요. ‘나는 책 얘기만 했는데 만약 언론인들께서 누군가에다 그걸 투영해서 쓰신다면, 여러분들이 국민의 시각을 대변한 것이다.’ 그런데 한 치의 이견도 없이 모두 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내던데요. 2016년에도 엄석대와 엄석대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때도 또다른 한병태를 집단 린치해서 배신자로 만들었죠.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에요.”

―마지막 표심 호소 차원이었나요.

“전당대회 의미를 부각시키는 거죠. 무엇을 위해 투표해야 하는지요. 저는 일방주의 때문에 보수가 몰락했다고 항상 얘기해요. 저는 길거리에서 저한테 뭐라하시는 어르신이 있으면 물어봐요. ‘어르신, 이준석이 내부총질했던 문장 하나 얘기해주세요’ 단 하나도 얘기하는 분이 없어요.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다른 얘기하는 사람들을 린치하는 게 문화가 돼 있는거에요.”

―전당대회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세요?

“천하람 후보의 약진이 예상되고 결선 투표에 진출해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어요. 최고위원도 좋은 성적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원들이 현명한 판단할 거라고 봅니다.”

―당내 선거는 조직력 싸움이잖아요. 김기현 후보 지지율도 높고요.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는 지지층 조사 결과예요. 그런데 당원 투표로 가면 달라요. 이번에 당원 6000명으로 컷오프를 했거든요. 전화 면접조사를 했습니다. 근데 저한테 많이 들어온 항의가 오후 2시, 3시에 갑자기 전화로 물어보면 회사원들은 무슨 수로 받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컷오프) 표심은 과소 표집됐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윤심’을 강하게 팔았던 3명의 현역 의원이 사이좋게 떨어졌잖아요. 오더가 전혀 안 먹힌다는 얘기예요.”

―당원 분포도 2021년 6월 당대표 경선 때와 많이 달라졌나요?

“제가 당선될 때 선거인단이 28만 정도밖에 안 됐어요. 지금은 84만명인데, 제가 그만둘 때 78만명이었어요. 정진석 의원이 100만 당원 시대를 열겠다고 하는데, 본인 비대위원장 되면서 들어온 당원은 거의 없어요.”

―‘이준석’을 보고 들어왔다는 건가요?

“저는 매주 (입당) 통계를 받아봤거든요. 그걸 보면 고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윤핵관들이 저를 공격할때, 윤리위에서 공격할 때 이럴 때 당원들이 늘었던 지점들이 있어요. 그래서 당원의 상당한 수가 그런 정치적 이벤트와 결부돼서 왔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조직을 한다는 사람들의 역할이 줄어든 거죠.”

―그런 변화가 그간 여론조사에는 반영이 안됐다는거죠?

“완전히 다른 샘플이라는 거죠. 일반 지지층에선 천하람 인지도가 현저히 낮아요. 하지만 당원같은 정치 고관여층에서는 천하람을 웬만하면 알겠죠.”

―천아용인이 전당대회 흥행 포인트가 된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이 정상인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유승민 불출마 선언 이후 (천하람 출마선언 전까지) 한 6시간 동안 허탈감에 빠졌다고 그래요. 그러다 활기를 찾은 거죠.”

―정상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바이든, 날리면, 그런 거요.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귀가 비정상이든지 머리가 비정상이든지 둘 중에 하나로 보거든요. 근데 그걸 밀고 나가잖아요. 민망해서 아닌 척 할 수는 있는데, 그걸 넘어서서 남을 해코지하려고 하는건 너무 심하잖아요. 그리고 정상인이라면 ‘그런 거 하면 안 된다’고 해야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당에 정상인이 한 명도 안 남아 있는 거예요.”

―이준석이 천아용인을 이용해서 자기 정치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제가 천하람 후보한테 선거 초반에 얘기를 했어요. ‘당신이 컷오프 통과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천하람은 이준석의 한계를 벗어나야 된다고 할 건데 그거 절대 넘어가지 마라’ 그랬어요. 천 후보와 저는 파이 경쟁이 아니에요. 저는 싸우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해요. 지금 선거전도 제가 생각하는 정당 개혁, 그리고 국민의 힘의 짠물 빼는 과정의 일환이에요.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물로 바꿔놓기 위한 과정이요. 그래서 제 선거 같이 참여하는 거예요.”

―천아용인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가요?

“그런 단계까지는 아니에요. 그러려면 제가 더 스피커 역할을 해야죠. 저는 보수 정당이 이기는 전략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어내는 이데올로그가 되고 싶었어요. 보수의 한계점은 협박형의 정치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거예요. 민주당 집권하면 빨갱이 세상된다, 경제 무너진다, 이런 식으로 ‘쟤네가 잡으면 망해’라는게 보수의 협박 전략이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 안 먹히는 거예요. 또 인구 구조상 호남을 고립시키기만 해도 보수는 이길 수 있다는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했어요.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런 것들 같은 걸 짚어내는 게 제 역할이었거든요.”

―이번 전당대회를 ‘보수의 분화’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들은 순종적으로, 제한된 어휘 내에서 정치를 구사하려고 하죠. 이번에 (천아용인) 4명한테 얘기했어요. 앞으로 연설 많이 할텐데, 제발 하나마나만 하는 얘기는 다 빼버려라. 가장 먼저 빼야 할 얘기 1번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그 말 한다고 해가지고 강성 보수가 표를 주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당의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등을 돌릴 거라고요. 제가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요. 저는 그거 염두에도 없어요.”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관심없으세요?

“저는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보수가 잘 되길 바래요.”

―내년 1월까지 당원권 정지인데 예상보다 일찍 ‘등판’ 했어요.

“제가 지난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나갔을 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을 다 했어요. 그 결과로 노원병 역대 최다 득표수보다 1만 표를 더 받았어요. 문제는 지도부 변수가 너무 크다는 거예요. 당시 황교안 지도부의 차명진 막말 대응 같은 거에 하루에도 표가 우르르 떨어져 나가요. 이번에 지도부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또 들어오면 해볼 것도 없어요.

―마음이 급했던 거네요.

“그렇게 되면 선거에 나가는 의미가 없어요. 김기현 후보가 초반에 정책이랍시고 달랑 하나 내놓은 게 뭐냐면 여자 민방위 보낸다는 거에요. 젊은 당원들 표를 잡으려면 젠더 이슈라도 끌어들여야 된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김 후보는 젠더 정책을 그렇게 남성 팀, 여성 팀 나누는 가족오락관 정도의 수준으로 보고 있었던 거예요. 표 계산도 안 되고 정확히 누구를 대상으로 낸 정책인지도 명확하지 않은거죠. 수도권에서는 하나하나가 민감하거든요. 그런 선거를 하는 사람이 지금 와서 무슨 전국 단위 선거를 지휘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전대에 개입한 경우도 처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대통령이 공천 학살 한다고 난리 친 경우는 있어도 전당대회 후보 학살한다고 난리치는 건 없었어요. 전무후무한 일들이고, 제가 지방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공천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지 봤거든요.”

―어떻게요?

“그건 얘기하면 안되고요. 그때의 경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이준석이라는 굉장히 원리원칙 주의자가 들어앉아 있으니까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윤 대통령과는 애증의 관계인가요.

“제가 안철수 후보와 합이 맞지 않는 이유는 ‘왜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할까, 정말 이상하다’ 이런 생각 때문이에요. 이 말은 거꾸로 안 후보와 저의 문제의식은 의외로 비슷하다는거에요. 그런데 윤 대통령과 있으면 왜 문제의식부터 나랑 다르지, 왜 세계관이 다르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특정한 계기나 사례가 있었나요?

“그걸 폭로할 상황은 아니고요. 예를 들면 이런거에요. 지방선거 끝나고 나서 제가 독대를 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자마자 ‘대표님, 이번에 경기도 선거를 져가지고 저는 다 진 것 같습니다’ 이러는 거예요.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 성적이 12대 5였어요. 그 전 한나라당 최고 성적이 12대 4였어요. 그러니까 역대 최고 성적의 타이죠. 저한테 승장의 타이틀을 안 주겠다는 인식이 너무 강한 거에요. 그럼 경기도를 왜 졌느냐를 따져보면요. 사람들은 ‘(대통령이) 유승민을 자르기 위해, 김은혜를 억지로 넣었다가 김은혜 경쟁력이 떨어져서 졌다’고 생각해요. 그걸 왜 제 탓을 하냐고요.”

―대통령 때문에 진 거 아니냐고 직접 얘기 하셨어요?

“아니요. 그냥 듣고 있었어요. 대통령은 객관화가 안 돼요. 지난 대선 때 보면 저쪽에서는 ‘가출’이라고 한, 저로서는 굉장히 짜증나는 일들이 왜 있었냐면요. 저는 그런 식으로 선거하면 진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충격 요법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분 입장에서는 ‘이준석이가 선거를 일부러 말아먹고 자기를 집에 보내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인식하는 거예요. 처음에, 어디에서 그런 세계관을 형성했냐가 굉장히 궁금해요.”

―윤핵관 영향은 없을까요?

“윤석열 후보가 (2021년 7월) 입당하면서 대표 패싱을 하거든요. 당 대표와 원내대표 둘 다 없는 날이 드문데, 일부러 그날 골라서 입당했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윤핵관이 ‘그렇게 해서 이준석 기를 꺾어놔야 된다’고 했다는거에요.”

―그런 얘기를 들으셨어요?

“네. 그러면 ‘왜 그러면 기를 꺾어야 된다’고 하냐면, 제가 윤석열 대통령이랑 입당하기 전에 두 번 만났어요. 한 번은 본인의 집에서, 한번은 김건희 여사 사무실인 코바나콘텐츠에서요. 그런데 두 번 다 이틀 정도 뒤에 언론에서 단독 보도를 했어요. 제 입장에서 황당한 게 저는 갈 때 비서실도 모르게 택시타고 갔어요. 당 대표가 불공정 경선을 한다는 소리만 들을테니까요. 그런데 그걸 제가 유출했다고 뒤집어 씌운 다음에 입당 패싱 근거로 삼는다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윤핵관이 ‘이준석이 당신을 이용해 먹으려고 일부러 유출시켰다’고 했을 때 그거를 필터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거예요.”

―그런 말을 듣더라도 알아서 걸러내야 한다는거죠?

“윤핵관이 이상한 사람인 거와는 별개로, 윤핵관의 이상한 얘기를 필터링하는 능력이 지도자의 능력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윤핵관을 욕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필터링하지 못하는 건 또 다른 장르라 봐요. 그래서 지난해 1월에 의총 가서 대통령 만나서 제발 정신차리자고 얘기한거에요. ‘대선 지면 집에 갈 사람 당신하고 나밖에 없다’고요. 그 얘기가 왜 나왔냐면, 하도 이상한 소리를 믿어대니까요.”

―이후에도 꾸준히 ‘입력’이 이상하게 됐다는건가요?

“대선 끝난 뒤에 비서실장으로 (친윤계인) 박성민 의원을 임명했어요. 박성민 의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했다고 하는데 전혀요. 제가 데리고 왔어요. 왜냐하면 하도 이상한 소리를 믿으니까, ‘박성민 당신이 직접 듣고 내가 무슨 말 하는지를 대통령한테 전달해라’ 이런 거에요. 박성민 의원이 일주일 정도 저랑 같이 있어보더니 ‘대표님 듣던 거랑 다른데요’ 이러는 거에요. 유튜브 많이 보시는 어르신들의 세계관이 있어요. ‘김무성과 유승민과 김종인이 모의해서 내각제를 해가지고 대통령을 엿먹이고 세상을 전복시키려 음모를 꾸민다.’ 이런 걸 믿어요. 그런데 현실에서 김무성하고 유승민하고 김종인은 밥도 같이 안 먹어요. 서로 싫어해서요. 지금 윤 대통령의 세계관은 ‘이준석이 세상을 규합해서 나를 전복시키려고 한다’ 이런거에요. 유튜브 보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은데, 지도자의 인식이 보편적 인식과 다르면 그건 큰 문제거든요.”

―대선에서 이준석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요.

“국민의힘 역사 속에서 선거 이기고 백서 안 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내년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총선은 네 달 앞두고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올해 12월이 되기 전에 ‘용산’이 정신차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어떤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으세요.

“정상인처럼 행동을 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사람에 충성하는 당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보편 타당한 가치를 추종하는 정당이 돼야 해요. 저는 이번에 나경원·안철수 두 분이 이해가 안 가는 게, 불합리한 일을 당했으면 거기에 대해서 말해야 되는 게 정치인이에요. ‘협박하면 조용히 하더라’는 걸 경험칙으로 심어주면 안돼요. 두 분이 당할때는 안쓰럽지만, 그런 경험칙을 심어주면 그들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항할 때 저항해야 되는 거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치인 이준석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상대당도 그렇고 우리 당도 그렇고 저 같은 유형을 보면 당황스럽겠죠. 왜냐하면 ‘정치인은 이래야돼’라는 기본적 인식이 있는데, 그걸 뛰어넘어 다니니까요.”

―‘이준석의 정치’는 갈라치기를 통한 증오·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많아요.

“저는 언론의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일반적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보다 제가 훨씬 더 아젠다에 있어서 리버럴해요. 저는 혐오 논란은 사회 이슈 논쟁을 단순하게(무식하게) 만들어버리는 첫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쓰는 말에는 혐오의 용어가 없어요. 저는 여성할당제 밖에 얘기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할당제는 제도의 영역이고, 이것까지 혐오로 몰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무것도 없어요.”

―발언의 맥락으로 보면 혐오로 읽히죠.

“아니요. 저는 엄격한 판단이 들어가야 된다고 보는 거예요. 너는 혐오의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왠지 혐오한 것 같아, 이런 거 되게 위험한 거거든요. 너는 종북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딱 보니까 종북 같아 이건 입막음하려는거죠. 혐오도 마찬가지에요. 혐오 발언은 구체적으로 정의돼 있어요. 사람의 특성을 갖고 싸잡아서, ‘너는 흑인이니까’, 너는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 혐오가 돼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지하철 점거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 저는 장애인에 대해서 일반론적으로 얘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장애인 권리보장이라는 시위 목적도 생각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책임도 있잖아요.

“모든 당을 막론하고 정당 관계자 중에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유일하게 토론을 한 사람이 저에요. 심지어 방송사에 프라임타임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어요. 방송 토론을 보시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제가 모르는 게 거의 없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대학 다닐때 1년 선배 형님 휠체어 끌면서 3년 동안 대학을 다녔어요. 저는 합리적인 토론을 하려면 당사자 주의를 빨리 깨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정치인들이 젠더 감수성, 장애인 문제에 대한 자기 견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선에선 이대남 전략이 오히려 2030여성의 역풍을 부른거 아닌가요?

“아니요. 제 책에서 수치적으로 세대 포위론을 분석해놓은 게 있어요. 그리고 20대 여성에서도 저희가 올랐어요.”

―총선 출마하실거죠? 공천 받으실 수 있겠어요?

“자기들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이준석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여러 잔머리 굴리겠죠. 조국 사태때 윤석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한 트럭이었을텐데, 그런다고 죽던가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준석-유승민 분당 가능성 제기하던데요?

“해외 정보만 하셔서 국내 정치가 어두워지셨어요.(웃음) 저를 먼저 때리지 않는 한, 제가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미리 고민할 필요도 없고요.”

―경찰이 성접대 관련 무고죄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사실상 실체를 인정한거 아닌가요?

“저에게 제기됐던 혐의들은 다 무혐의로 끝났어요. 지금 무고죄 하나 남았는데, 그러면 접대를 받았냐 안받았냐의 문제이고, 저는 계속 아니라고 하잖아요. 검찰에서도 연락이 없어요.”

―성접대 받은 적이 없다는건가요?

“없습니다.”

―정치인 이준석이 바라는 세상은 뭔가요?

“정상인들이 정상적인 정치를 하는 세상이요. 자유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자유라는 단어는 입에 담기는 쉬우나 굉장히 구현하기 어려운 이야기에요. 자유를 남발했기 때문에 지금 여러가지 모순을 맞이하고 있는 겁니다.”

―윤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말씀이네요.

“그냥 저는 일반론인데 항상 특정한 사람을 연상하시더라고요.”

―윤 대통령께 조언하신다면요?

“잘 해보시고, 책임과 권한을 다 가져가십시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모든 권한을 가져가려고 애쓰시고 계시니까 책임도 다 뒤집어 쓰십시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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