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 '학원 뺑뺑이'에…사교육비 26조 사상 최대

최예린 입력 2023. 3. 7. 18:29 수정 2023. 3. 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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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면 학교가 끝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 학원 뺑뺑이라도 돌려야죠."

경기 양주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주부 한모씨(35)는 학원비로 매달 60만원을 쓴다.

사교육비가 26조원까지 늘어나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학생 기준으로 초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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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공교육 불신
코로나 이후 학력저하 심각
"학습 뒤처진다" 불안감 커져
초등학생 사교육비 급증
공부아닌 돌봄 위해 학원 다녀
예체능·취미 분야 많이 늘어
사진=연합뉴스


“낮 12시면 학교가 끝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 학원 뺑뺑이라도 돌려야죠.”

경기 양주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주부 한모씨(35)는 학원비로 매달 60만원을 쓴다. 수학, 영어에 더해 발레와 미술학원까지 보낸다. 대출금리가 올라 등골이 휘지만 어쩔 수 없다. 한모씨는 “학교 돌봄교실은 자리가 부족한 데다 오후 5시면 끝나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교육비가 26조원까지 늘어나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교육계에선 교육당국의 정책 실패와 돌봄서비스 부족이 사교육비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수 줄었는데 총액은 늘어

7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합동 발표했다. 지난해 5∼6월, 7∼9월에 걸쳐 전국 초·중·고 3000여 곳의 학생 7만4000여 명을 조사했다.

작년 초·중·고교생이 쓴 사교육비 총액은 25조9538억원으로 전년 23조4158억원보다 10.8% 불어났다. 학생 수는 4만 명 줄었는데 총액은 늘었다. 이에 따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1만원으로 전년도보다 4만3000원(11.8%) 증가했다.

사교육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8조~2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2021년 21.0% 급증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크게 늘었다. 2007년 조사가 시작된 뒤 사상 최고치였던 전년도 기록을 한 해 만에 갈아치웠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2021년(75.5%)보다 2.8%포인트 상승해 역시 최고치를 찍었다.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7.2시간으로 0.5시간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체 학생 기준으로 초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중학생은 43만8000원으로 1년 새 11.8% 늘었고, 고등학생은 46만원으로 9.7% 불어 초등학생보다 덜 증가했다.

초등학생 중심의 가파른 사교육비 증가는 코로나19 기간 발생한 학습 결손을 메꿔야 한다는 학부모 심리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 분석이다. 심민철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초등학생들이 코로나 기간에 언어 능력과 글을 읽는 문해력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했다”며 “학교 대면 수업이 축소된 기간 동안 결손된 학습능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육당국 책임론 불거져

부족한 돌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를 돌봐줄 곳으로 학원을 활용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교과가 아니라 예체능과 취미교양 분야였다. 초등학생의 일반교과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2%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예체능·취미교양은 17.8% 급증했다.

교육당국은 2년 연속 사상 최대로 늘어난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교육교부금)이 지난해 81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돈을 퍼붓고도 공교육 개선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의 기존 사교육비 대책인 돌봄, 방과후학교,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대입제도 개편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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