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처럼 했을 것” 음주 뺑소니 잡은 휠체어펜싱 국대 류은환

박강현 기자 2023. 3.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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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목격한) 누구나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저만 특별히 공의로운 게 아닌데, (알려져서) 쑥스럽네요.”

도로 위에서 전동휠체어를 치고 달아난 음주 뺑소니 운전자 검거를 한 시민이 도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미담의 주인공인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류은환(32·롯데지주)은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류은환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1월 31일 오전에 류은환은 평소대로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훈련장이 있는 익산으로 차량을 운전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훈련장에 다다를 때쯤 바로 앞에 있던 차가 차선 변경을 하더니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주행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탑승자를 치고 그대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

류은환은 “‘쿵’ 소리가 날 정도로 큰 충돌이었다. 당연히 (앞차가) 멈추겠지 했는데, 도망을 가길래 잡아야겠다고 생각해 쫓아갔다”면서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약 20분 만에 운전자를 잡는 데 성공했다. 경찰 분들이 음주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음주까지 나왔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조 10호에 따르면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 등은 보행보조용 의자차로 분류돼 보행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인도로 주행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인도 정비 미흡, 불법주차, 무분별하게 방치된 노점용 시설물과 공유 자전거·킥보드 등의 장애물들로 인해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해 차도 가장자리에서 주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동휠체어 이용자이기도 한 류은환은 “전동휠체어에 탄다는 건 중증(장애)에 가깝다는 뜻이다. 인도에서 다니시기엔 어려움이 있어 그분도 차도에서 주행하게 된 것 아닐까”라면서도 “바로 뒤에서 이런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사람을 치고 도망가는 건 잘못된 일이니 쫓아갔다”고 돌아봤다.

류은환은 대학 재학 중이던 지난 2014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 전까진 공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운동을 두루 즐겼던 그는 사고 후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류은환은 “운동을 좋아했는데,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땀 흘릴 일이 없었다”고 했다. 전북 장애인체육회에서 여러 운동을 해 본 결과 그동안 취미로만 했었던 펜싱에 흥미를 느껴 약 6년 전에 본격적으로 휠체어펜싱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류은환은 펜싱의 매력으론 “마치 검객이 된 듯 멋있다. 한 번의 찌르기 동작을 익히기 위해 수십 만번 연습해야 하는 디테일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2021년부터 함께한 최도선 코치(現 감독) 밑에서 재능을 꽃피워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첫 국제무대였던 국제휠체어및절단장애인스포츠연맹(IWAS) 상파울루 월드컵 사브르 개인전과 태국 월드컵 플뢰레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은환은 “최 감독님 밑에서 섬세한 기술을 익혀 국제대회 성적도 따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팔꿈치 힘줄 부상으로 경기 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나와 전북에서 재활에 집중하고 있지만, 류은환은 상반기 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한장애인펜싱협회에서 재활 방법을 알려주시고 장비도 일일이 지원해준 덕분에 재활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웃었다.

류은환은 올해 10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을 노린다. 그는 “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에 나서려면 세계 랭킹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아직 출전 기준 랭킹에 들어 있지만, 당분간 대회 출전이 어려워 기준 밖으로 랭킹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빨리 복귀해 월드컵 등에서 랭킹을 관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통화 말미까지 당연한 일을 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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