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배 아파" 다 같은 복통 아니다…통증 '출발점'부터 찾아야

정심교 기자 2023. 3.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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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통증이다. 많은 사람이 배가 아플 때 '급체'나 '식중독'을 의심해 임의로 소화제나 지사제를 찾아 먹는다. 하지만 복통도 복통 나름이다. 원인 질환이 무엇이냐에 따라 복통의 출발점과 통증 양상이 달라져서다. 특히 뱃속 특정 장기에 문제가 생긴 경우 대부분 복통을 동반한다. 따라서 복통의 출발점을 찾는 건 곧 복부 질환 진단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특히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 금방 수술해야 하는지, 수술을 늦췄다가 할 것인지, 내과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인지를 빨리 가려내야 한다. 복통 위치별 의심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오른쪽 윗배 통증… 간·담낭 이상 의심을
복부를 사분면으로 나눌 때 간(肝)은 오른쪽 윗부분, 횡격막의 아래에 위치한다. 간의 왼쪽엽과 오른쪽엽 사이의 오목에 붙은 작은 주머니가 담낭이다.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담낭에서 저장해 이 둘은 '이웃 장기'다. 이곳 통증의 원인 질환으로는 담석·담낭염 등의 담낭 질환, 간염이나 간세포성 암종 등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그중 담석의 경우 60~80%는 증상이 없지만, 증상이 있는 경우 가장 특징적인 건 '담관 산통'이다. 담관 산통은 명치와 오른쪽 위쪽의 배에 발생하는 지속적이고 심한 통증과 중압감이다. 오른쪽 날개뼈 아래(견갑 하부)나 어깨 쪽으로 통증이 퍼져나갈 수 있다. 대개 통증은 갑자기 시작되고 1~6시간 동안 이어지다가 서서히 또는 갑자기 사라진다. 오심과 구토가 흔히 동반됩니다. 발열·오한 등이 동반되면 담석증의 합병증으로 인한 담낭염·담관염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급성간염은 간세포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이 경우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오른쪽 윗배 불편감까지 느끼면 심한 무력감이 따라온다. 미열·두통·근육통·관절통도 동반될 수 있다. 황달기에 접어든 경우 눈의 흰자위, 피부가 누레지고 소변 색이 진해진다. 심하면 피부가 가렵다. 급성 간염 환자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 없이 충분히 쉬고 영양을 잘 섭취하기만 해도 회복된다. 하지만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 간염 환자 일부는 급성 간부전으로 위험해지거나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왼쪽 윗배 통증… 위·십이지장·췌장 적신호
배의 왼쪽 윗부분, 왼쪽 갈비뼈 아래에 위치한 장기가 위(胃)다. 그 아래로는 십이지장과 연결된다. 위 뒤쪽엔 췌장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이 부위가 아프면 위·십이지장·췌장의 적신호일 수 있다.

위 질환 중에서는 위궤양이 이 부위 통증을 부르는 대표적 질환이다. 위벽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위점막이 헐어 궤양이 점막뿐만 아니라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가 위궤양이다. 위궤양일 땐 윗배나 흉골 아래쪽에서 불에 타는 듯한 느낌, 속 쓰림, 가슴앓이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30분에서 3시간가량 지속되고, 식사 후 몇 시간 내 시작될 수도 있다. 위궤양의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명치끝 부위의 통증이다. 이 통증은 식후 30분 정도에 나타나는데, 아무런 통증이 없는 위궤양도 있다. 만약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위궤양이 발견됐다면 악성 궤양인지를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십이지장은 위와 연결되는 소장의 윗부분이다. 췌장과 담낭에서 분비되는 효소의 도움으로 음식물을 소화하는 기관이다. 십이지장의 길이는 25~30㎝ 정도로, 총담관과 췌관이 연결되어 있어 이를 통해 효소가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만약 십이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십이지장염) 상복부 통증과 함께 구역, 구토, 신트림, 복부 팽만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속 쓰림, 발열 등을 유발한다. 십이지장염일 때 제산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 약물로 적절하게 치료하면 4~6주 만에 치료된다. 하지만 반복적인 십이지장염은 십이지장궤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십이지장궤양의 특징적 증상은 '배고플 때 명치 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이다. 밤에 자다가 속이 너무 쓰려 일어나고, 이때 음식이나 제산제를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다가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십이지장궤양으로 장 출혈, 토혈, 검은색 변,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십이지장이 막히는 장폐색이 나타나 구토, 체한 증상도 이어질 수 있다. 궤양으로 천공까지 생기면 급성 복통이 동반된다. 이 질환의 주원인은 '위산의 과다 분비'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환자의 90~95%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감염돼있다. 위산 분비 억제제, 항생제 등을 먹어야 하며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커피·콜라·우유를 피하고, 과식을 삼간다.

췌장은 십이지장과 연결돼 있다.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 효소는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고, 위에서 내려온 음식물과 섞인다. 복통을 일으키는 췌장 질환의 대표적인 게 만성 췌장염이다. 가장 흔한 증상이 '심한 상복부 통증'이다. 췌장 내 염증으로 인해 췌장의 부종·섬유화가 생기고 신경 말단이 자극된다. 또 췌관 내 압력이 오르고 췌장 실질의 혈류가 줄어들면서 허혈성 통증과 함께 요통·복통·압통을 일으킨다. 복통은 식후 15~30분에 나타나 수일간 지속되며, 이 패턴이 대개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된다. 통증은 명치나, 몸의 왼쪽에서 주로 나타난다. 때로는 통증이 등, 가슴, 옆구리 등으로 뻗친다. 특히 췌장은 등 쪽에 있는 장기이므로 누운 자세에서는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를 모으고 구부린 자세에서는 통증이 완화한다.

'침묵의 암'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일찍 발견할 확률이 10% 이하로 매우 낮다. 그런 췌장암에서 그나마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복통이다. 황달,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등의 증상도 있다. 췌장은 머리(두부), 몸통(체부), 꼬리(미부) 부분으로 나뉜다. 그중 머리는 담관(담즙의 배출 통로)과 연결돼 있는데, 이곳에 암이 생기면 담관이 막히면서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아랫배… 맹장 끝 충수염 신호
오른쪽 아랫배에서 통증이 유발된다면 충수염을 의심할 수 있다. 소장과 대장이 이어지는 부위에 주머니처럼 부푼 대장의 한 부위를 '맹장'이라고 한다. 맹장 맨 아래 끝에 위치한 기관이 충수다. 오른쪽 아랫배에 있는 충수의 길이는 약 6~7㎝, 지름은 1㎝ 정도로 근육질의 좁은 관이다. 충수의 한쪽 끝은 막혀있고, 다른 쪽 끝은 맹장과 붙어 맹장 쪽으로 열려있다. 이곳 충수에 생긴 염증을 충수염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호칭하는 맹장염은 충수염의 잘못된 용어다.


충수염이 생기면 처음엔 윗배에서 미미한 통증으로 시작한다. 이후 오른쪽 아랫배로 국한된 통증이 나타난다. 환자가 다리를 구부리고 누운 자세를 취하면 통증이 나아지는 게 특징이다. 충수염의 가장 흔한 압통점(누르면 아픈 지점)은 '맥버니'라는 압통점인데, 배꼽과 우상전장골극(윗쪽 골반뼈)을 연결할 때 허리뼈로부터 5㎝ 정도 안쪽에 있다.

왼쪽 아랫배… 대장벽에 주머니(게실) 생겼을 수도
게실(憩室)은 식도·위·소장·대장의 약해진 장벽이 쭉 늘어나 생긴 꽈리 모양의 주머니를 가리킨다. 게실 질환은 대부분 대장에서 잘 발생하는데, 특히 오른쪽 결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쭉 늘어진 대장벽이 점막과 점막하층에 국한하면 '가성 게실'이라고 한다. 가성 게실은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주머니(게실)가 여러 개 생기는데, 주로 왼쪽 대장에서 발생한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의 전체 층이 돌출돼 주머니를 만들면 '진성 게실'이라고 한다. 진성 게실은 선천적으로 발생하는데 동양인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이땐 게실이 주로 한 개이며, 대부분 오른쪽 대장에 생긴다. 게실이 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게실증',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이 끼어 염증까지 일으키면 '게실염'으로 구분한다.


이 같은 게실 질환은 나이를 먹으면서 대장에서 동맥경화가 진행돼 대장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혈관·장관의 근육 사이에 틈이 생기고 차차 넓어지면서 발생한다. 변비로 대장이 너무 많이 수축하면 대장 내 압력이 오르면서 대장 벽의 약해진 부분에 주머니처럼 부풀어 게실이 생기기도 한다. 장 점막이 탈출하여 게실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왼쪽 대장의 게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반면 오른쪽 대장의 게실은 나이와 상관없다. 65세 이상에서 50%, 85세 이상에서는 65% 정도 게실 질환이 확인된다.

게실증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가끔 복부 팽만감, 복통, 변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반면 게실염은 게실의 염증이나 감염으로 인해 복통, 배변 습관의 변화, 오한, 발열 등을 호소한다.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으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게실염이나 출혈 등이 동반되면 수일간의 항생제 치료 등 내과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효과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왼쪽 게실은 오른쪽 게실보다 염증이 생기기 쉽고, 염증이 생겼을 때 합병증을 동반할 우려도 크며, 절제술이 상대적으로 쉽다. 심한 합병증이 생기면 장루를 만들어야 하므로 왼쪽 게실염인 경우 조기에 수술하기도 한다. 게실염 재발을 줄이려면 섬유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복부 전체… 뱃속 고름 생긴 복막염일 수 있어
복부 전체가 이유 모르게 아프다면 복막의 문제일 수 있다.

복막은 복강을 따라 위치한 장액성 막으로, 대부분의 복강 내 장기를 덮고 있다. 얇은 결합조직인 중피막으로 구성돼 있다. 복막은 복벽·골반 등에 위치하며 복막 위에 위치한 콩팥과 대장 일부를 제외하고 여러 장기를 지지한다. 이곳은 수많은 신경·혈관·림프관이 지나다니는 도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복막은 아주 얇은 상피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복강 내 장기를 보호한다. 복막에서 만든 윤활액은 복강 내 장기가 달라붙지 않게 해 소화기관 장기들이 연동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


복막에 염증이 생긴 '복막염'의 경우 가장 뚜렷한 증상이 복부 전체의 통증이다. 급성 충수염이 터져 복막염이 된 경우 배를 만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배를 눌렀다가 갑자기 손을 뗄 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복막염이 악화해 말기에 이르면 복통은 오히려 줄어든다. 복부 팽만, 복부 경직, 구역질,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전신 상태로는 세균성 독소로 인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손발이 차고 혈압이 내려가며 체온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호흡 곤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복막염은 주로 복강 속에 장액·섬유소·세포·고름 등이 고이면서 발생한다. 복막염이 의심되면 원인과 치료 방침이 확립될 때까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참고=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일러스트=임종철.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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