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밀린 윤 정부…후쿠시마 오염수·사도광산 줄줄이 양보하나

김소연 2023. 3.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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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대폭 양보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민감한 현안에서도 번번이 일본의 요구에 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주류 보수를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 은 7일 "한국 쪽이 징용공 소송 문제의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크게 진전했지만, 안보·역사·경제 등 광범위한 양국 간 현안은 쌓아둔 채 남아 있다"며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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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일본 ‘외교·안보’ 활용해 압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일 관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대폭 양보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민감한 현안에서도 번번이 일본의 요구에 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외교·안보’ 협력에 무게중심을 두고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선 만큼, 일본이 이를 명분 삼아 집요하게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주류 보수를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은 7일 “한국 쪽이 징용공 소송 문제의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크게 진전했지만, 안보·역사·경제 등 광범위한 양국 간 현안은 쌓아둔 채 남아 있다”며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양국 간 현안 해결이 필요한 이유로 “중국은 패권적 활동을 강화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으며 “일·미·한이 안보협력을 심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일본 쪽이 생각하는 양국 현안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한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 △2018년 말 초계기 갈등 △일본군 ‘위안부’ 합의 △독도 영유권 분쟁 △대한국 수출규제 등이다. 양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맞서는 이런 현안을 바로잡아야 ‘일-한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다.

앞으로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이 어떻게 해결되어나갈지 보여주는 ‘불길한 예’가 대한국 수출규제 조처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다. 일본은 이 문제가 2018년 10월 나온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닌 별개 사안이라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한 뒤에야 수출규제 조처를 정상화하는 ‘정책 대화’에 응했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서 1차 양보를 얻어낸 뒤, 이 문제에서도 추가 양보를 끌어낸 것이다.

이후 닥치게 될 주요 현안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다. 도쿄전력의 설비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올 봄여름께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윤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게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적극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이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은 집요하게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미국·영국·대만이 ‘외교·안보’ 영향 등을 고려해 수입 금지를 풀었다는 점을 들어 다시 일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도 한-일 사이 뜨거운 감자다. 2021년 새로 만들어진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따라 등재를 위해선 갈등 국가와 ‘충분히’ 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반대하면 등재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상은 7일 한국의 양보와 “사도광산 등재 노력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등재 요청을 할 경우 애써 만든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며 다시 한번 물러설 수 있다.

2018년 말 초계기 갈등 역시 민감한 문제다.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 수색 작업을 벌일 때 근처를 날던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해 사격 관제용 레이더를 쏘았다고 일본이 주장하며 시작될 갈등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윤석열 정부에서도 레이더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인정을 하지 않아, 방위당국 간 신뢰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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