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이고 3억 ‘뚝뚝’…무너지는 충청권 집값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입력 2023. 3. 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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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25%는 충청권, 입주 물량도 줄줄이 대기 중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 우려”

(시사저널=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대전시 서구 둔산동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가 대전과 충·남북 등 충청권을 덮쳤다.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아파트값이 여전히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촉발한 주택 매수 수요 감소 여파로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전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135.1로 전월 대비 1.05%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충남과 충북의 실거래가격지수도 마찬가지 추세다. 충·남북은 지난해 7월 아파트값이 하락 반전(충남 –0.81%, 충북 –0.62%)한 후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실거래가격지수는 거래 신고가 2회 이상 있는 주택을 대상으로, 최근 거래된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 서구 둔산동 샘머리 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12월 같은 면적으로 6억3500만원에 매매됐는데, 2년 만에 2억8500만원이나 떨어졌다. 실거래가에서도 '10억 클럽'에서 탈퇴한 대전 아파트가 나왔다. 한마루 아파트 전용 101㎡도 지난달 8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101㎡가 지난해 9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5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나 빠진 것이다. 

충청권 아파트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은 과잉 공급 때문이다. 수요는 제자리인데 수년 전 분양한 아파트는 입주 물량으로 쏟아지고, 새로 공급하는 단지도 많아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충청권의 미분양 주택은 1만6058가구로 지방 전체 미분양 물량의 25%를 차지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 4채 중 1채는 충청권에 있다는 뜻이다. 2021년 12월 충북 미분양은 304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4374가구로 14배 넘게 폭증했다. 충남 1012가구에서 8653가구로 8.5배, 대전도 460가구에서 3025가구로 6.6배 증가했다. 

새 아파트 입주도 많다. 올해 충남의 아파트 2만6621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충남은 아산시(1만514가구), 천안시(5834가구), 당진시(2245가구) 순으로 입주 물량이 많다. 충북의 입주 물량도 1만2252가구에 이른다. 게다가 충북에서는 영동 코아루리더스원 200가구, 청주 동일하이빌파크레인 800가구가 분양을 맞두고 있다. 충남에서도 천안 백석센트레빌파크디션 358가구가 예정돼 있다. 최근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시장 상황이라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는 청약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주택공급 규칙 개정을 통해 무순위 청약에서 지역 거주자 우선권과 무주택 의무를 없앴다. 지방 사람도 무순위 청약으로 수도권의 집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없어졌고, 특별공급 분양가 규제(9억원)도 폐지됐다. 이달 중에는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10년이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면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된다. 지방은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는 6개월, 그 외 지역은 전매제한이 사라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가 쉽게 늘어나기 어려운 지방에서 미분양 급증 등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전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인구가 줄고, 일자리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 비용 부담 때문에 아파트 투매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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