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처리 속도 GPU보다 900배 빠른 AI 반도체 나왔다

KAIST, 3D 렌더링 AI 반도체 ‘메타브레인’ 개발
시각적 인식 과정 모방해 학습한 AI 적용
기존 GPU보다 3D 이미지 처리 속도 911배 빨라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메타브레인을 발표하는 모습. /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모바일 기기에서 렌더링(계획 단계에 있는 제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입체 예상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유회준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반 3D 렌더링을 고속·저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는 AI 반도체 ‘메타브레인(MetaVRain)’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AI 반도체는 인식·추론·학습·판단과 같은 AI 처리 기능을 탑재하고, 초지능과 초저전력, 초신뢰 기반의 기술을 구현한 반도체다.

메타브레인은 GPU로 구동되는 기존 ‘레이 트레이싱(광원·형태·질감에 따라 바뀌는 광선의 궤적을 추적해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얻는 기술)’ 기반 렌더링을 AI 기반 3차원으로 만들었다.

기존에는 렌더링을 위해 3차원 영상 캡처 스튜디오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는데, AI 기반 반도체로 캡처 과정이 필요 없게 됐다. 이에 3D 모델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용되는 메모리는 18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블렌더(Blender)와 같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3D 그래픽 편집·디자인을 AI 학습으로 대체해 일반인도 간편하게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AI로 3D 렌더링을 구현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연산을 발견하고, 사람의 시각적 인식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를 개발했다. 사람은 사물을 인식할 때 물체의 윤곽에서 시작해 형태를 구체화하면서 물체를 추측하는 인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시각적 인식을 모방한 반도체는 저해상도 복셀(Voxel·3D 공간의 한 점을 정의한 그래픽 정보)로 사물의 대략적인 형태를 파악하고, 과거 렌더링했던 결과로 현재의 렌더링 연산량을 최소화한다.

메타브레인은 새로 개발된 최첨단 CMOS(집적회로의 일종) 칩이 적용돼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 AI 3D 렌더링에 최적화된 메타브레인의 처리 속도는 최대 100FPS(초당 프레임 수), 기존 GPU보다 911배 빠른 수준이다. 또 1개 영상화면을 처리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효율은 기존 GPU보다 2만6400배 높았다.

연구팀은 메타브레인 활용을 위해 스마트 3D 렌더링 응용시스템을 함께 개발했다. AI에게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주고 학습을 수행하면 간편하게 3D 모델을 편집할 수 있다. 사용자의 얼굴을 본떠 실제에 가까운 3D 아바타를 만들거나, 각종 구조물의 3D 모델을 만들고 영화 제작 환경에 맞춰 날씨를 바꾸는 등 메타버스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회준 교수는 “현재 3D 그래픽은 사람이 어떻게 사물을 보는지가 아니라, 사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AI가 사람의 공간 인지 능력을 모방하고 사람이 인식하는 방법을 차용해 효율적인 3D 그래픽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지난달 18~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반도체 학술대회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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