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의 정면돌파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신카이 월드'의 문이 3년 만에 다시 열린다. 신작의 주인공 이름은 스즈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에 올랐다. 그만큼 센 캐릭터다. 그리고 '문단속'의 뜻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사전적 의미를 되짚어보니 '사고가 없도록 문을 잘 닫아 잠그는 일'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제목 그대로 스즈메가 일본 열도를 횡단하며 재앙의 진원지가 되는 문들을 닫는 이야기다. 사고가 없도록,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지극히 현실과 맞닿은 주제로 문을 두드린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3월 8일 개봉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 개봉해 2월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영 중이다. '더 퍼스트 슬램 덩크'(2023)가 5일 381만 명을 돌파하며 1위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너의 이름은.'(2017)과 작품성, 흥행 면에서 견줄 만한 작품이어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두 작품의 흥행을 넘어설지도 흥미로운 관전이 될 듯하다.
거장들의 숙명이 그러하듯,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고작이 되면서 감독은 자신과의 싸움을, 차기작들은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어야 하는 도전 과제를 떠안았다. '스즈메의 문단속' 또한 '너의 이름은.'과 비교를 피해갈 수 없다. 작품성 면에선 의견이 나뉠 수 있으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압도적이다. '너의 이름은.'이 재난을 아름다운 장관으로 묘사하는 우회적인 화법이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신화에 기반한 재난의 스펙터클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동시대의 문제와 상흔을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신카이 마코토를 비롯한 일본 영화감독들과 창작자들이 일본 사회와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들의 관계가 운명으로 이어지던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면서 현실 세계를 직시하는 공감력을 탑재하며 구원과 위로의 서사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혜성 충돌로, '날씨의 아이'(2019)에서는 멈추지 않는 비로, 전대미문의 자연재해를 다뤘다. 여기에 지진을 다룬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재난 3부작'으로 묶이는 포스트 3․11 이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이다.
놀라운 점은 '재난'이라는 다루기 쉽지 않은 묵직한 소재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다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뚝심이다. 옛 온천, 학교, 놀이공원 등 지금은 폐허가 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재난을 막는 이 로드무비를 보면 '재난 3부작'이 그와 우리처럼 지금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으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중요한 일" 즉 과업으로 여겨진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풍경과 사람들을 떠올리고 기억하기를 명확하게 주문한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다. 기후 변화, 코로나 19 팬데믹, 전쟁, 각 나라의 사고들까지 전 세계가 위기 상황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 세 편의 연작을 통해 한목소리로 전하는 메시지가 심금을 울린다. 오래 살고 싶다는 희망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고, 끝없는 환란 속에서도 '함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지금 우리가 겪는 재앙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각자도생(各自圖生)도 모자라 각자도사(各自圖死) 시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작품과 마주할 수 있는 건 행운이자 축복이다.

"너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거침없이 모험에 뛰어들고 돌진하는 스즈메에게 남자 주인공 쇼타가 놀라면서 묻는다. 스즈메는 두렵지 않다고 강단 있게 답한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가 소년 소녀의 이야기였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소녀,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선다. 스즈메는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 미츠하와 열일곱 살 동갑 캐릭터다. 재난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서는 적극적인 행동파라는 점에서 신카이 월드에서 가장 강인한 캐릭터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스즈메 캐릭터의 파급력이 대단하다.
'너의 이름은.'부터 신카이 월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래드윔프스(RADWIMPS)의 음악도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주제가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곡, 재즈, 1980년대 일본 가요까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음악이 장면과 어우러져 임팩트를 더한다. 특히 이번 OST 작업에는 미국과 할리우드를 무대로 활약하는 영화음악가 진노우치 카즈마가 함께 참여해 웅장하고 박력 넘치는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협업의 결과가 두 배의 감흥으로 와 닿는다.
작화, 캐릭터 디자인, 미술, 음악 등 작품성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두루 살린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처럼 한 영화를 여러 차례 감상하는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N차 관람이 '너의 이름은.'의 흥행을 견인한 만큼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에도 힘을 보탤지 귀추가 주목된다. 5만 8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온 프리미어 상영 반응도 뜨겁다. 첫 관람의 감흥이 강렬해 거장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즐겁고 놀라운 치유의 여정에 여러 번 동참하고 싶어질 거다. 스즈메를 만나러 극장에 잘 다녀오시길. 휴지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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