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지원 있으면 합니다”… 불황에도 유럽·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 이어져

최지희 기자 2023. 3.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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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법 필두로 주요국 지원 경쟁
EU도 60조원 지원법 곧 법제화
글로벌 기업들, 미래 수요 대비 선제적 투자
지원 막대한 미국·유럽 내 설립 러시
“과거 공장 설립 많았던 아시아 비중 급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신규 팹(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내에서 신규 팹 수요가 강하다.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반도체 허브 선점 경쟁이 맞물려 미래 수요에 대비한 선제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 EU 반도체 지원에 대규모 투자 줄이어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50억유로(약 7조원)를 투자해 독일 드레스덴에 12인치(300㎜) 전력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 가을 착공해 2026년 가동 예정인 이 공장에는 유럽연합(EU)의 공적 자금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가 투입된다. 요흔 하나벡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분야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며 “최신 공정을 적용한 신규 팹을 통해 증가하는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외신은 인피니언의 이번 투자를 두고, EU가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9%에서 20%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EU는 유럽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430억유로(약 60조원) 규모의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지원하는 ‘유럽반도체법’을 올 상반기 중 법제화할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잇따라 독일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전력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는 유럽 내 처음으로 독일 자를란트에 30억유로(약 4조원)를 투입, 세계 최대 최첨단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 센터를 짓는다. 총 투자액의 20%에는 독일 정부 보조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텔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메가 팹’이라 불리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170억유로(약 23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역시 독일 정부가 보조금으로 68억유로(약 9조원) 이상을 지급할 예정이다.

스위스 전력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이탈리아에 7억3000만유로(약 1조원) 규모의 통합 SiC 웨이퍼(반도체 기판) 공장을 건설한다. 투자액의 30%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원한다.

미국 전력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는 유럽 내 처음으로 독일 자를란트에 30억유로(약 4조원)를 투입, 세계 최대 최첨단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 센터를 짓는다. /울프스피드

◇ 美 반도체지원법으로 기업 투자 240조원 넘게 유치

전 세계 반도체 지원 경쟁의 신호탄이 된 미국 반도체법은 지난해 8월 통과 이후 수개월 만에 미국 전역에 1866억달러(약 240조원)에 달하는 신규 반도체 프로젝트 40여건을 유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25% 세액공제를 해주고, 반도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527억달러(약 73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반도체법의 골자다. 이 중 지원금 지급안을 두고 지난주 미국 상무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발표한 뒤 업계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최근까지도 미국 내 신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총 110억달러(약 14조3000억원)를 쏟아 미국 유타주에 12인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6년부터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TI는 현재 미 텍사스에도 공장 4곳을 새로 짓고 있다. 하비브 일란 TI CEO는 “새로운 팹을 통해 향후 수십 년간 예상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라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지금이 회사의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도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두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 40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한다. TSMC의 애리조나 1공장은 2024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인근에 건설 중인 2공장은 2026년부터 최첨단 수준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 신규 팹 건설, 아시아 중심에서 미국·유럽 비중 크게 늘어

각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신규 공장은 설립 및 가동 비용이 저렴했던 중국 등 아시아 위주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1~2023년 기준 전 세계에 총 84개의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데, 이 중 아시아 비중은 58%(49개)다. 2018~2021년 착공된 64개 공장 중 84%(54개)가 아시아 내에 지어진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미국과 유럽 내 공장 건설은 늘고 있다. 미국은 3개에서 18개로, 유럽은 7개에서 17개로 점프했다.

업계는 각국의 보조금 지원 경쟁에 더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나 스크보르초바 SEMI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고, 각국에서 여러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아시아 쏠림 현상이 둔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 공장이 몰리는 트렌드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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