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10명 뽑는데 1명도 안오네요”

유재인 기자 2023. 3. 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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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신규 어르신 못받아

경기 김포시에 있는 한 요양시설은 최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요양시설에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78명인데, 현재 근무 중인 요양보호사는 15명밖에 없다고 한다. 최소 10명이 더 필요해 온·오프라인으로 채용 공고를 잇따라 냈지만 최근 2개월간 단 한 사람도 지원자가 없었다. 이 요양시설 관계자는 “당장 여기서 한 명이라도 더 빠지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에서 이런 인력난을 겪는 요양시설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계속되는 와중에 노인복지시설인 요양원, 요양병원 등은 숫자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막상 이런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보호사) 역시 고령화하는 현상이 동반되고 있어서다. 거기다 요양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장년층이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가족요양보호사’로 물러나거나 시설에서 일하면서도 야간 근무 등 고된 일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어르신 돌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요양보호사 연령별 비율

6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고 일하고 있는 사람 수는 2017년 36만1568명에서 지난해 60만1492명으로 5년 새 66%나 늘었다. 하지만 고령화가 뚜렷하다. 전체 인원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17년 43.3%에서 지난해 62.3%까지 늘었다. 70대 이상만 따져도 작년 12%에 이른다. 노인요양시설 숫자도 2020년 5762개에서 작년 6150개로 늘었다.

반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청년은 적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전체 요양보호사가 약 12만명 늘어났지만, 이 기간 40대 이하는 4만587명에서 4만1774명으로 단 118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흐름은 전국 요양시설의 인력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 본지가 최근 수도권 요양시설 30여 곳을 조사했더니 대부분 요양원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요양보호시설에서는 “3개월 동안 구인을 하고 있는데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이 요양보호시설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일하던 요양보호사들에게 시급을 1000~2000원 올려주는 식으로 이들을 붙잡고 있다고 한다.

경기 과천시에 있는 요양원의 경우 정원이 65명인데, 입소한 어르신은 61명이다. 요양보호사를 못 구해 대기자가 60명이 넘는데도 입소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요양원 관계자는 “간혹 연락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나이 든 사람들이라 일이 고된데 본인도 장년이신 분을 뽑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부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신모(61)씨는 “하루에 4시간 간격으로 36명의 어르신들을 일일이 들어 대소변을 받고 어르신들 자세도 바꿔드리는 등 힘을 많이 쓰다 보니 예순 넘은 내가 하기에 힘에 부친다”고 했다.

자기 가정에서 ‘가족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인력난의 원인 중 하나다. 보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집에서 장기요양보호 판정을 받은 가족을 돌보는 걸 증명하면 정부에서 가족요양보호사로 인정해 월 40만~9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가족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은 2020년 8만명 안팎에서 지난해 기준 10만명 안팎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요양보호사의 17% 안팎이 이런 사람인 셈이다.

새로 자격을 따는 중·장년도 많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조모(51)씨는 “추후 친정엄마나 시부모님이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으면 집에서 돌봄을 해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미리 따 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요양 시설에 충분히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청년 유입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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