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자료에서 77% 팔렸댔는데?" 지자체發 미분양 통계마저 오류

이미연 2023. 3. 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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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미분양 통계, 1달 만에 정정…대구·울산 등은 업체 요청에 '비공개' 처리
서울시, 국토부에 '미분양 의무 공개' 법제화 요청…전문가들 "과한 정보 요구"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잘못 기재된 '동탄 파크릭스' 미분양 현황이 분양 마케팅 등에 활용된 모습. 당시 77%가 팔린 것으로 표시됐으나, 이후 다음달인 1월 말 기준 미분양 통계표에서 12월 수치(33%)가 정정됐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사진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 분양 현장에서 미계약분 물량이 소진되며 '완판' 선언을 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비당첨자는 물론 무순위 청약까지 가면서 미분양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으나, 청약통장 보유여부나 거주지역 제한 등에서 자유로워진 선착순 분양 단계에서 소진되는 모습이다.

다만 건설사들이 밝히는 분양률 정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한 수도권 지자체에서 미분양 정보가 잘못 공개됐다가 한달 뒤에야 정정된 사례도 나왔다.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주를 기점으로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철산주공 8·9단지)와 동탄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숨마 데시앙' 미계약분이 선착순 계약에서 소진되며 완판 소식을 알렸다. 철산자이의 경우 고분양가로, 동탄 물량의 경우 동탄 최외곽에 조성되는 입지 여건으로 미계약분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선착순 분양까지 돌입하면서 전국구 수요가 몰리며 완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인근에서 비슷한 시기에 분양에 나섰던 '광명 호반써밋 그랜드에비뉴'(광명10R구역)도 본 청약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선착순 분양에서야 굳은 표정을 풀 수 있게 됐다. 호반건설 본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선착순 계약 단계인 6일 현재 공식적으로 80% 이상 팔려 남은 미계약 세대가 조만간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건설사들이 공개하는 분양률(계약률) 정보에는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숨마 데시앙 바로 옆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동탄 파크릭스'가 해당 단지다. 지난 1월 초 화성시 홈페이지에는 1403세대를 공급한 이 단지의 77.3%가 팔려 319세대만 남았다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화성시 미분양 현황 엑셀 파일이 올라왔다. 이에 해당 분양 현장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공신력있는 정보로 포장돼 분양광고에 백분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2월 6일에 올라온 올해 1월 말 기준 미분양 현황에는 해당 수치가 고쳐졌다. 12월 말 기준 미계약 물량이 1078세대로 정정된 것이다. 이어 1월 말 기준으로도 935세대나 미분양으로 남아 실제 계약률은 33%에 그쳐 예비계약자들의 혼선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런 통계 오류는 시행사나 건설사가 지자체에 낸 자료가 아닌 자체 수집 건으로, 공개 당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탄 파크릭스의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당 수치를 화성시청에 넘긴 적이 없다. 화성시에서 계약 신고건으로 통계를 공개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해당 현장은 70% 넘게 계약이 진행되면서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법상 주택 분양 결과나 미분양 주택은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분양 현황 통계는 사업 주체의 신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미분양 통계 혼선으로 서울시는 작년 12월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미분양 주택 신고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자체 공개 자료 신뢰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업체별 미분양 수치를 자발적으로 비공개하면서 예비수분양자들은 미분양 현장의 분양 현황을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분양시장 한파에 대구시 미분양 단지들이 지자체에 '미분양 통계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를 지자체가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1월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현황 엑셀파일에는 64곳 중 51개(79.6%) 현장의 미분양 수치가 '건설사 요청으로 비공개' 처리됐다. 무려 10곳 중 8곳이 수치를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비공개 처리된 현장 중에는 분양 관계자가 실제 분양률을 속여 계약을 유도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양권자가 분양 계약취소를 요구하며 모델하우스의 의자 등 집기를 집어 던진 사건으로 주목받은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도 포함됐다.

미분양이 늘고 있는 울산시 역시 작년 11월부터 일부 현장의 미분양 수치를 '사업자 비공개 요청'이라며 제외시키기 시작했다. 다만 미분양 현황 통계의 의무 공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공공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아닌 민간물량인데 판매 전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계약률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통계의 수집과 공개는 충분히 논의할 만한 사안이지만 제도적으로 실행하는 데 앞서 주의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간 사업인데 계약률이 낮으면 미분양이라는 '낙인효과'로 더 안팔릴 것이다. 청약 경쟁률은 청약홈을 통해 공개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당국에서 민간 건설사의 미분양 현황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공공시장이 아닌데 민간 시장에 그런 민감한 정보를 요구해도 되는 것인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분양보증을 받으려면 초기분양률이라는 통계를 활용한다. 그 수치를 통해 이미 정부가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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