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업 숨통 터줄 근로시간 개편, 노동개혁 첫발 뗐다

2023. 3.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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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0년 동안 유지돼 온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6일 발표했다.

주 최대 52시간까지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장기휴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이 쌓여 있는데도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납품 시한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로 인정된 포괄임금제라는 기형적인 제도로 주로 사무직들에게 주 52시간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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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몰릴 때 신축운용 가능
근로부담 키우는 일 없어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70년 동안 유지돼 온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6일 발표했다. 주 최대 52시간까지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장기휴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산업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경직된 근로시간 탓에 업무량이 증가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일이라는 게 매일 고르게 있지 않을 수 있다. 일이 쌓여 있는데도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납품 시한을 어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로 그나마 버텨왔는데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로 지난해 말로 일몰되고 말았다.

이번 개편으로 특히 작은 기업이나 사업장들은 인력 활용에 숨통을 트게 된 것은 맞다. 한국경총은 "연장근로는 주문량 증가, 업무량 폭증 등 업무 집중이 필요한 경우 활용될 것"이라며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환영했다.

대법원 판례로 인정된 포괄임금제라는 기형적인 제도로 주로 사무직들에게 주 52시간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포괄임금제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노동 현장의 사정은 탁상에서 만든 방안과 다를 수 있다. 개편안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연구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기업과 근로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양대 노총은 개편안이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런 비난과 현실을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좀 더 정교한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발표안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들의 반응과 요구를 좀 더 진지하게 듣고 반영할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국회 다수석을 가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동개혁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다만 문제는 엄격한 근무시간 측정이 전제돼야 한다. 2주 동안 더 많은 시간을 일했다면 다음 2주는 근로시간을 줄여 확실히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는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눈치를 보느라 휴식할 권리를 다 챙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82시간과 비교하면 300시간 이상 많다. 일에 치인 한국인들은 일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반면 근로자가 일을 더 많이 해야 기업은 돈을 많이 번다. 충돌하는 가치 중에 정부가 더 치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로자다. 노동개혁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지만 도리어 근로 부담을 키워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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