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 외신 "역내 문제로 분쟁해결 압박…日 화답이 관건"(종합)
"피해자들 반발…윤 대통령 정치적 타격 입을 수도"
미 전문가 "한국, 할 수 있는 이상 했다…앞으로는 일본에 전적 책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정부가 6일 한국 주도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자 주요 외신들은 그간 파열음을 내왔던 한일관계의 갈등 봉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촉각을 세웠다.
로이터 통신은 "징용과 일본군 위안소에 강제 동원된 여성들과 관련한 의견충돌은 (미국의) 두 중추 동맹국 간 관계를 수년간 괴롭혔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 왔다"고 이번 발표의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이번 제안은 일본 측의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가 일본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는 일부 피해자와 야권의 즉각적인 반발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별도의 설명 기사에서는 "동북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인 두 나라의 관계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본의 한국 강점으로부터 이어진 분쟁으로 긴장을 겪어왔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과 여러 다른 역내 문제에 더 잘 맞서기 위해 두 나라에 분쟁 해소를 압박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본의 식민통치 잔재로 인한 (양국) 갈등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경제적 도전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화해한다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 간 협력을 증진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신장시킬 것"이라면서 "미 정부는 군사정보 공유와 지적재산권 보호 등 분야에서 동맹국들이 더욱 밀착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한국에 반입한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고 한 대전고법의 최근 판결도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녹아내리는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AP 통신은 외부의 위협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 복원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 매체는 "북한이 작년 핵 교리를 고도화하고 역대 최다인 70여 발의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한일관계 긴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 전범 기업들로부터 직접 배상과 사과를 받아내길 원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야권은 이번 발표를 '외교적 항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반발은 (한국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심하게 분열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수년간 아시아권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간의 관계를 어렵게 했던 분쟁의 해소로 가는 획기적 움직임"이라면서 일본이 어떤 식으로 화답할지에 초점을 맞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 소속 한일관계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는 이날 발표를 '매우 정치적으로 취약한 타협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책임은 이제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 한국 측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어쩌면 그 이상을 했다"고 말했다.
AFP 통신 역시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일본이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따라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국제학연구소의 벤저민 엥겔 연구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의 관건은) 일본이 이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일본이 일종의 사과를 내놓고, 한국 대법원에서 책임을 인정한 두 일본 (전범) 기업들도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금을 내는 성의를 보여야 한국 국민이 이러한 갈등 해소 방안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의 과거 행위와 관련한 (한국 국민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한일 간의 합의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면서 "일본제국군 위안소에 끌려간 위안부와 관련한 분쟁을 끝내려 한 2015년 합의는 이후 한국 정부에 의해 파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틀어진 한일 관계를 아시아·태평양 연합의 약한 고리로 봐 왔다"면서 "지난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보여온 노력에 갈채를 보낸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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