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열전 |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금연, 금주에 붉은 고기 줄이고 감염 예방 접종해야 암 안 걸린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2023. 3. 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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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서울대 의학 박사, 전 국가암 관리사업본부장, 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사진 국립암센터

한국은 암 진단·치료 관리가 잘돼 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26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0.9명)보다 낮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20년 암 통계 및 지역별 암 발생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로 나타났다. 암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한국인 10명 중 3명은 평생 한 번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암은 대표적인 노화 질환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립암센터는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정복을 위해 정부가 세운 전문 시설이다. 부속병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와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대학원·대학을 한 기관 안에 갖춘 세계 유일의 국립 암 전문 기관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2년 기공식을 하고, 2001년 개원했다. 예산 부족과 외환위기가 맞물리면서 완공까지 10년이 걸렸다. 개원을 한 2000년대 초반, 국립암센터의 위세는 당당했다. 그 당시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꿈의 치료기’인 양성자 치료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초대 원장인 박재갑 서울대 교수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암 줄이려면 담배값 올리라’고 직언한 것도 화제였다. 그리고 지난 2020년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금연 전도사’인 서홍관(63·사진) 원장이 취임했다. 서 원장은 2015년 담뱃값 두 배 인상과 2016년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을 이끈 인물이다. 서 원장을 국립암센터로 영입한 것도 박재갑 초대 원장이었다.

서 원장은 요즘 ‘금주 전도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술 한 모금도 안 하는 사람과 비교해 약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의 건강이 더 좋다는 건, 일종의 오해”라며 “음주하면 구강·인후·후두·식도·간·유방·대장암 등 7가지 암 발생이 늘어난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산삼이 몸에 좋다면 산삼을 먹으면 된다”라며 “왜 산삼을 발암 물질에 섞어 먹나”라고 반문했다. 서 원장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연 전도사로 우리나라 암 환자를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담배 외에 암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나 정책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음식이다. 타지 않게, 짜지 않게 먹어야 위암을 예방하고, 기름진 음식, 특히 가공육을 줄여야 하고 붉은 고기 즉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줄여야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는 감염으로 인한 암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이 필요하다.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을 줄이기 위해 간염 백신을 맞아야 하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통해 자궁암을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을 아예 마시지 말라는 건가. 약간의 음주는 건강에 도움 된다는 게 정설 아닌가.
“술 한 모금도 안 하는 사람과 비교해 약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의 건강이 더 좋다는 건, 일종의 오해다. 이런 논리는 제이형(J shape) 곡선에 기반한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와 알코올 섭취량을 비교 분석했더니 소량 음주의 경우 발생률이 떨어지는 게 확인됐다. 그런데 심혈관 질환이 아닌 다른 모든 질환은 J 곡선이 나오지 않고, 그냥 계속 올라간다. 그러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선언했다. WHO에 따르면 음주하면 구강·인후·후두·식도·간·유방·대장암 등 7가지 암 발생이 늘어난다.”

막걸리나 와인은 건강에 좋은 술이란 인식이 있다. 사실이 아닌가.
“포도주가 좋다. 막걸리가 좋다. 이런 인식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암 발생률은 알코올 섭취량에 비례한다. 예컨대 산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면 산삼을 먹으면 된다. 왜 산삼을 발암 물질에 섞어 먹나.”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신규 암 환자 수가 직전 해 대비 1만 명가량 줄었다. 병원 방문이 줄면서 검진받지 않은 ‘숨은 암 환자’가 많다고 진단했다. 올해 동향은 어떤가.
“2021년 암 등록 통계 자료는 올해 12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중증 환자 자료로 가늠해 보면 2020년 31만7988명에서 2021년 35만5136명으로 한 해 동안에만 11.7%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진단 건수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코로나19 초기 6개월 미국 내에서 유방암 진단 검사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유방암으로 최대 2500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해서 국내에서 추산한 자료가 있나.
“현재까지 추산 자료는 없다. 한국은 해외와 비교하면 코로나19 확진자 관리가 비교적 잘된 국가로 통한다. 2020년 암 진료 환자 수는 전년 대비 3% 줄고, 암 환자 수는 3.6% 감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검사는 코로나19 초기 1년간 전년 대비 1.1% 정도 줄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 결과와는 암 사망자 수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

최근에 국립암센터가 경기 북부 지역병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그건 오해다. 의사들 치료 성적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건물은 낡았지만, 시설이 낡은 건 아니다. 개원할 때 양성자 치료기를 우리가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양성자 치료기 2호를 주문한 상태다. 최근 (다른 대학병원에서 도입한)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왔지만, 중입자 치료기가 양성자 치료기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좋다는 근거는 없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몸에 쏘아 암 조직만을 파괴하는 원리다. 전 세계에 약 90대 정도 있는데, 국내에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 있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도 들어올 예정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 도입된 중입자 치료기는 세포 사멸 효과가 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양성자 치료기 역시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최근 3년 동안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암 치료와 관련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정책이 있었나.
“대표적인 것이 금연 정책이고, 이 밖에 호스피스를 이용하려는 말기 환자와 가족은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환자와 가족의 요구는 커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이용이 어려워졌다.”

국내 호스피스 병동이 많이 부족한가.
“우리나라에는 총 88개의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공립 의료기관이며, 전체 호스피스 병상 중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미만이다. 코로나19로 2020년 2월부터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21개소가 휴업하면서 호스피스 병동 4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병상 확보가 시급해지자 주로 공공 의료기관들이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지방 의료원들이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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