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대통령이 다음 대표 찍어주든”···외압에 KT 내부 부글부글

구교형 기자 2023. 3. 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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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 오는 7일 차기 대표 선출
여권, 압축된 대표 후보 4명 보이콧
노골적 압력 속에 사외이사 1명 사의
KT

KT 이사회가 오는 7일 예정대로 차기 대표이사를 선출한다. 여권에서 전·현직 임원 4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며 반대했지만, KT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다만 임기를 2년 남긴 사외이사 1명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등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인사 개입 여파로 석 달째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존립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7일 이사회를 소집해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중에서 차기 대표 후보를 확정한다. 이들은 모두 KT 출신으로 기업 경영 경험이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문성을 검증받은 인물로 평가된다.

KT 이사회는 7일 차기 대표를 선출하고, 8일 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하고, 9일 해외 주주들부터 주총 일정을 고지할 계획이다. 이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찬반 투표로 차기 대표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상법상 12월 결산법인인 KT는 3월 안에 주총을 열면 된다. 상장사는 주총 소집 결의와 안건 정보를 행사 개최 2주 전에 알려야 하는데, 해외 주주들에게는 통상적으로 이보다 빠른 3주 전에 통보해왔다.

정부·여당은 압축된 4명 모두 차기 대표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모럴 해저드”를 언급하며 거들었다. 이 때문에 구현모 현 대표 연임 포기에 이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차기 대표 선출 절차마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여권의 압력 속에 KT 사외이사 중 1명이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3월 선임된 벤자민 홍 이사로, 임기가 2025년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였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차기 대표 후보군에서 빠지자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한패라고 몰아붙인 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여권은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인(표현명·강충구·여은정)의 자리도 자신들 몫으로 채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인사 개입으로 회사는 석 달째 경영 공백 상태다. 연말에 단행했어야 할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멈춰 상반기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매주 화요일 구 대표가 주관해온 전사 임원회의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열리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대표 선임이 백지화되면 KT는 4월마저 임시 대표 체제에서 ‘리더십 공백’ 상태로 보내야 한다.

KT의 한 직원은 “임직원들 사이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 경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차라리 대통령이 직접 누구를 대표로 뽑으면 되는지 정확히 얘기하든지,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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