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국민연금 외압·정치권 몽니에도 “대표 선임, 주주 판단 받겠다”… 통신업계 “정치권 대놓고 관치, 주인은 주주”

윤진우 기자 2023. 3. 6.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면접 후 최종 후보 선정 예정대로
인선자문단 “외부 개입 없어, 다시 해도 같은 결과”
사외이사 벤자민 홍 이사회에 사의 표명
노조 “KT 흔드는 정치권·국민연금에 임직원 분노”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연합뉴스
“KT 차기 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심사에 대한 기준도 명확했다. 누가 KT 성장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특히 후보가 통신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전문성이 있는지 등을 기준에 맞춰 심사했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국민연금의 외압과 정치권의 몽니가 계속되고 있지만 KT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KT 안팎에서는 “정치권에 흔들리면 20년 민영화 노력이 사라진다”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정치권이 아닌 주주를 위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7일 면접 심사 대상자(숏리스트) 4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 차기 대표 후보 1명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오는 30일로 예상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대표 선임 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KT가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반대로 대표 선임 절차가 연기되거나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KT는 계획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논란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정치권 낙하산을 배제한 결단력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도 거들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업 중심의 시장 경제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KT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라고 했다. 이어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 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했다.

지원자를 직접 심사한 인선자문단은 오히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문위원은 “우리는 33명의 지원자를 심사해 차기 KT 대표로 적합한 인사를 심사하는 역할을 맡았다”라며 “거듭 말하지만 외부 개입이나 압력 없이 심사 기준에 맞게 공정하게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다시 심사해도 똑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했다.

KT, 차기 대표 선임 일정 /KT 제공

KT에서는 노조가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호계 KT 새노조 사무국장은 “정치권의 노골적이고 대담한 관치는 대놓고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선언 아닌가”라며 “KT를 흔드는 정치권과 KT를 흔들면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주주와 임직원의 분노를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통신업계 반응은 더욱 거칠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개입에 대해 ‘대놓고 관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사 개입’ ‘선거공신 챙기기’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통신사 임원은 “아직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여당이 ‘그들만의 리그’ 운운하며 비판하는 건 결국 자기편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보인다”라며 “사실 확인도 안 된 흠집 내기식 의혹을 제기하는 건 통신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지양해야 한다”라고 했다.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등 KT의 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표를 선임해 주주 및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T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대표가 돼야 한다”라며 “KT 이사회가 주주들이 원하는 대표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주주에게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만큼 현명한 결과를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한편 사외이사인 벤자민 홍 이사가 최근 KT 이사회에 사의를 표하면서 9명으로 구성된 KT 이사회는 8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6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를 지낸 홍 이사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돼 오는 2025년 정기 주주총회까지가 임기였다. 홍 이사가 사의를 밝힌 만큼 KT가 이달 말 예정한 주주총회에서 선임해야 할 사외이사는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사외이사 중 강충구, 표현명, 여은정 이사의 임기는 이번 주총까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