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韓 지도 반출 요청…“유명무실 규제” vs “여론전”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3. 3. 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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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반출할 수 있게 허가에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축척 2만 5000분의 1까지는 반출을 허용해왔지만, 애플이 요구한 5000분의 1 데이터를 반출한 사례가 없음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 데이터의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 지도에서 용산 대통령실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
정부가 해외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절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국가 안보다. 지도에는 민감한 군사 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함부로 해외에 반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등 국내 서비스에서는 청와대·각종 군부대 등 군사기밀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와 정보기술(IT)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해당 규정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이미 해외 이용자들은 자사 지도 서비스를 통해 한국 규제와 관련 없이 군사기밀시설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시민단체 오픈넷은 과거 구글이 지도 반출을 거절당하자 “어차피 해외 소비자들은 구글 지도 위성사진으로 청와대를 모두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오픈넷이 공개한 구글 지도상의 청와대 위성사진.
이와는 반대로 애플이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면서도 관련 법령은 준수하지 않은 채, 소비자 불편을 매개로 일종의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한국에서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의 고객 정보 일부를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구이저우 센터로 옮겼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국내 데이터센터를 사용하지 않아 여전히 지도 관련 서비스가 제한된 상태다. 일례로 다른 국가에서는 분실된 아이폰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찾기’ 기능이 유용하게 쓰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본인 소유의 아이폰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찾는 기능이 제한돼 있어 반쪽짜리에 그친다. 애플이 재작년 출시한 위치 추적기 ‘에어태그’도 국내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 소비자는 ‘나의 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본인의 아이폰·맥북 등 애플 기기의 위치를 열람할 수 있다.
경쟁사인 구글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부당한 후 수년간 관련 서비스가 반쪽짜리에 그쳤으나, 2020년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이듬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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