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했다” 허위 신고자, 이 女검사에게 걸리면 줄줄이 전과자

김명진 기자 2023. 3.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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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정정욱 검사, 최근 석달새 무고 5건 적발·기소
경찰이 종결한 ‘성범죄’ 사건, 직접 파헤쳐 가해자 뒤집어
鄭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 ‘무고 인지 수사’ 물꼬 튼 것”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릴 목적으로 경찰에 허위 성폭력 신고·고소를 했던 남녀들이 한 여성 검사에게 걸려들어 줄줄이 재판에 부쳐졌다. 경찰이 ‘성폭력 무혐의’로 끝내려던 사건을 이 검사가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신고자의 무고(誣告) 혐의를 밝혀낸 것이다.

‘성폭력 무고 킬러’로 떠오른 여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정정욱(42·사법연수원 39기) 검사다. 정 검사가 밝혀낸 성폭력 무고 피해자는 최근 3개월 사이에만 5명이 넘는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 정정욱 검사. /조선DB

정 검사는 지난달 20일 여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작년 4월 한 남성을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했는데, 이 사건을 수사한 창원 서부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작년 7월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음) 결정을 했다.

이 기록이 작년 12월 정 검사의 손에 들어갔다. 정 검사는 사건을 그냥 덮지 않았다. 대신 A씨가 남성을 추행으로 신고하기 직전, 해당 남성이 ‘A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했던 점에 의문을 품었다. 정 검사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등 객관적 증거를 추가로 제출받은 뒤 신고자인 A씨의 무고 혐의를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전 애인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며 허위 성폭행 신고를 한 여성 B씨 사례도 정 검사가 무고 혐의를 밝혀낸 사례 가운데 하나다. B씨는 2021년 3월 연인 관계였던 남성이 2년간 수차례 자신을 성폭행 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경찰서는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작년 10월 사건을 불송치했다.

자료를 검토하던 정 검사는 ‘피무고자’ 남성을 불러 그간 B씨와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B씨가 피해 남성을 허위로 신고할만한 경위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서 B씨와 나눈 문자메시지 등을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보완 수사한 끝에 검찰은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작년 9월 스토킹 피해자 상대로 강간을 당했다며 역으로 그를 허위 신고한 여성 C씨 사례도 있다. 강간 사건 불송치 기록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나눈 문자 내역, 112 신고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다시 들여다봤다. 그 결과 신고 당일 ‘스토킹 범행’으로 신고당한 C씨가 ‘강간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무고 사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도 정 검사는 밝혀냈다. 지난달 27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남성 D씨 사례다. 술집에서 만난 여성에게 추근대다 피해 여성이 거절하자, D씨가 되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성에게 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한 사건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준강제추행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를 넘겨받은 정 검사는 자료 보강에 나섰다. 그는 “공개된 술집에서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게 상식에 맞지 않아 보였다”고 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D씨가 당시 술값 문제로 여성 측과 시비가 붙어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폭행으로 신고당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같은 성추행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 검사는 자신의 수사 실적에 대해 “검수완박법의 나비효과”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법에 맞서 법무부가 하위 시행령을 고치면서, 검찰에 무고 범죄 수사권을 부여한 결과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작년 9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치면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중요 범죄’에 위증·무고 등 사법 질서 저해 범죄를 포함시켰다. 이 시행령 개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법’에 대응해 한동훈 법무장관이 내놓은 맞불 카드였다.

정 검사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으로 2013년 검찰총장 표창을 받았다. 2016년에도 같은 공적으로 법무장관 표장을 받았다. 정 검사는 우수 수사 사례에 15회 선정되기도 했고, 2022년 하반기에는 제88회 ‘모범 검사’에도 선정됐다.

정 검사는 “성폭력 사건은 무고가 많아도 허위가 의심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입건해 조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나오지 않도록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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