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자사주는 시가총액 산정할 때 제외하자

연선옥 기자 2023. 3. 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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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관리해달라는 주주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이 갖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처분하면 시장에서는 마치 새 주식이 발행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유통 주식 수에서는 제외되지 않다 보니 기업이 일반 투자자처럼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다시 처분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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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선옥 기자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관리해달라는 주주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은 수시로 자사주 매입한 뒤 소각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상당수 기업이 주주의 요구에 호응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달리,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고, 자금이 필요하면 다시 매각도 할 수 있어 소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매입된 뒤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어서 오히려 주가에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기업들에 무조건 자사주 소각을 강요할 수도 없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 후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커지자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대신 금융 당국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물론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주주환원 관점에서 더 실용적인 방안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종목의 시가총액을 산출할 때 자사주를 유통 주식 수에서 제외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순간 시가총액이 조정되는 셈인데, 이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즉시 소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매입하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배당도 주어지지 않는다. 자사주 매입에 쓴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만큼 자본금도 감소한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자사주를 유통 주식 수에 포함하다 보니 기업의 시가총액은 과다 계산되고,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사주를 유통 주식 수에서 제외하면 이런 지표적 왜곡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자사주가 유통 주식 수에 포함되면서 기업은 매입한 뒤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처분하는 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이 갖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처분하면 시장에서는 마치 새 주식이 발행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유통 주식 수에서는 제외되지 않다 보니 기업이 일반 투자자처럼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다시 처분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대로 자사주가 시가총액 산정 시 유통 주식 수에서 제외된다면 기업은 시장에 자사주를 처분할 때 얼마간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시장에 내놓을 때 신주 발행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기업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 주식을 다른 기업과 지분 맞교환해 우군을 확보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제외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꼼수 같고, 완전한 의미의 대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계적으로나마 ‘자사주 매입 = 소각’으로의 길을 밟아나가면 어떨까. 이제는 정말 우리나라도 주주 자본주의를 시작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도 또 흐지부지 끝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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