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상세계서 만난 현실…‘소녀리버스’ PD도 놀랐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3.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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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 PD들이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30명의 ‘현실’ 걸그룹 멤버들이 ‘가상’ 걸그룹으로 재데뷔 하겠다며 계급장 떼고 서바이벌 무대에 나섰다. 현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날것의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쯤되면 무엇이 ‘진짜’ 현실이고, 가상인가 싶을 정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소녀 리버스’(연출 손수정, 조주연)는 현실 세계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의 세계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참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정체를 완벽히 숨긴 채 새로운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춤과 노래 실력은 물론, 스타로서의 끼와 매력을 선보이며 최종 5명의 데뷔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일차적으론 재데뷔·서바이벌·오디션 등의 포맷으로 표현되지만 예능과 VR의 결합이라는 획기적인 시도로 주목받은 ‘소녀 리버스’는 결론적으론 메타버스와 버추얼이 방송가를 파고든, 플랫폼 다변화 시대라 가능했던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최종 데뷔 멤버가 공개되는 11화를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화상 인터뷰에 나선 손수정, 조주연 PD는 ‘소녀 리버스’ 기획, 제작 과정과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소녀 리버스’ 기획의도다.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은 프로그램을 거들었을 뿐, 궁극엔 메타버스·버추얼 세계관이 방송가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탄생한 선두주자 예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수정 PD는 “메타버스를 이용해야겠다는 접근으로 시작했던 건 아니”라며 ‘소녀 리버스’의 탄생기를 소개했다.

“한창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인 지난해 3, 4월엔 코로나로 대면 소통을 못하고 모두들 지쳐가는 와중이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요즘 애들은 뭘 하고 놀까’, ‘어떻게 소통을 할까’에서 출발했죠. 그(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방안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자기들끼리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노는 방식이었는데, 그러한 서브컬쳐를 보다가 접근하게 됐습니다.”

걸그룹 멤버 30명을 모은 과정은 ‘방송쟁이’ 특유의 전형적 시선이었다. 손PD는 “제작진이 대부분 방송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 일하다 만난 연예인이나 아이돌 중 실제로 굉장히 매력이 있는데 그 매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이들이 많았다. OTT나 인터넷 예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실제 개개인의 매력이 있는 친구들과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녀 리버스’ 손수정 PD가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느낀 점을 소개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손PD는 이어 “지난해 4월부터 첫 미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아이돌이 있었고, 개별 미팅을 하다 보니 이들을 다 모아놓으면 재미있겠더라. 개개인으론 재미있는 친구들인데 자신을 숨겨둔 친구도 있었고, 오디션의 형식을 빌어 개개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걸그룹·애니메이션 덕후’ 손PD와 ‘아이돌 덕질 유경험자’ 조PD는 ‘소녀 리버스’에 최적화된 제작진이었다. 손PD는 “워낙 아이돌, 애니메이션, 덕질을 좋아했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대할 때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걸 어떻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PD는 “사실 그 생각은 했다. ‘소녀 리버스’가 엄청 화제가 될 것이고 성공할 것이라는 것보다는, 무조건 좋아할 순 있을 것이다(는 생각). 또 호(好)냐 비호(非好)냐 사이에서 비호가 될 순 있겠지만, 절대로 재미없진 않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만들면서도 즐겁고 재미있게 제작했다”고 제작 과정을 떠올렸다.

시작은 사소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업계에서도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의미있는 시도로 기록될 ‘소녀 리버스’로 완성됐다. 파이널 결선만 남아있는 현 시점, 제작진이 느끼는 목표 달성률은 60%란다.

“마지막 결선만 남았는데, 60% 정도라면 너무 겸손할 걸까요? 제작진 마음으로는 우리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90% 이상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것들, 개개인의 매력과 이렇게 괜찮은 친구들이 많이 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단 점에선 90% 이상 달성된 것 같아요. 하지만 더 잘 됐었으면 하는 마음에 60% 정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플랫폼으로 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 생각하고요.”

메타버스, 버추얼 소재를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진입장벽’에 대한 생각이나, 혹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했던 부분은 없었을까. 손PD는 “생소할 것이란 생각은 했다. 엄청 생소할 거고, 사람들이 처음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제작 시 특히 신경썼던 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첫 촬영부터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무조건 친숙하게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2D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30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느끼다 보니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단 가능성을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이 없을 순 없겠다 싶어서 30명 개개인에게 서사를 부여했습니다. 각자 아이돌 친구부터 여기에 몰입해 있으면 보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우리가 했던 노력은, 한명 한명의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만들어 친구들도 몰입하고 보는 분들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소녀 리버스’ 조주연 PD가 캐릭터와 세계관 구현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과정은 어땠을까. 조주연 PD는 “섭외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캐릭터의 방향성, 머리 스타일, 눈 색깔, 신장, 몸무게까지 디테일하게 잡아갔다”고 말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은 그저 ‘감사’였다고. 조PD는 “자기소개 영상을 보면 30개 영상, 자기만의 월드가 나오는데 각 캐릭터들의 세계를 너무 잘 구혀해주셨다. 머리 속으론 ‘이게 될까’ 싶었는데 그게 구현되는 걸 보며 감사했다. 소멸(탈락)하는 이들과의 이별도, 열차에서 아련한 이별을 하고 싶다는 레퍼런스를 전달드렸는데 ‘소멸열차’를 기술적으로 잘 구현해주셨다”고 말했다.

짧지 않은 제작 기간인 만큼 출연진에게서 느낀 점도 상당했다. 전·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쉴 새 없이 발산한 다채로운 매력의 향연에, 제작진 역시 출연진에게 기존 갖고 있던 이미지 이상의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단다.

“나다가 소멸자 인터뷰로 했던 얘기 중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바림’이라는 버추얼 캐릭터를 쓴 것이라 생각했는데 뒤로 진행될수록 가면을 쓴 게 아니라 가면을 벗은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같은 마음입니다. 소녀 30명 모두가 처음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들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진짜 현실에서 못 했던 것들이나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다 보여줬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해주더라고요. 또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선입견 없이 바라보게 됐다고 하는데, 우리 역시 이 친구들이 점점 자기가 만들어놨던 특을 벗어나 실제 자신의 매력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선입견 없이 봐줬고 스스로 만들어놓은 틀을 벗어나 가감 없이 보여준 덕분에 여기까지 잘 만들어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손수정 PD)

참가자들이 기존 자신의 이미지나 타인에 대한 선입견 등 현실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메타버스 공간이라는 점 그 자체였다. 손PD는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즐거웠던 게, 다른 메타버스 예능들의 경우 캐릭터가 눈앞에 보이는 게 아니라 모니터상으로 구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간씩 연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소녀 리버스’만의 세계를 (공간으로) 구현해놓고 VR 기기를 쓰고 VR 게임처럼 멤버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현실을 잊고 여기에 완전 몰입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가락 욕설을 날리거나(무너), 성에 차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탈주를 시도하고(김세레나), 짜증을 내는(바림) 등의 사례는 제작진이 꼽은 돌발행동 베스트3였지만,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행동임에도 걸그룹이라는 이미지와 방송 환경이라는 제약 안에서 현실에선 스스로 제약을 걸어야 했던 언행이었다. 하지만 캐릭터라는 든든한 ‘프론트’(실상은 ‘백’)를 얻은 이들은 ‘소녀 리버스’라는 운동장에서 있는 힘껏, 자유롭게 뛰었다.

연출자로서 가장 기쁘거나 벅찼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손PD는 “고생이 무색하리만큼 벅찼을 때는 시청자들이 반응해주셨을 때다.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는 반응이라던가, 실제 사람이 주가 된 콘텐츠가 아닌데도 우리가 보여주고자 한 것을 같이 보고 느끼고, 현장에서 소녀들이 느낀 감정을 동기화되어 시청자들이 같이 보고 느꼈다는 피드백이 올 때마다 ‘이맛에 매일 밤새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빙긋 웃었다.

‘소녀 리버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단 하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서바이벌 오디션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제처럼 구현하기 어려웠던 ‘무대’다. 이에 대해 손PD는 “확실히 무대에 대한 주목도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은 캐릭터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한 점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미 데뷔한 30인의 아이돌 친구고, 각자의 음악성이라던지 각자 팀에서 어떤 역할 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엔 오래 걸리더라도 한명 한명의 개인 무대를 다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기술적 한계였죠. 인체의 엄청난 신비라 할 수 있는,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미세하게 다 담아내기엔 기술력이 못 따라갔거든요.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무대보다는 뮤직비디오로 대체했습니다. 무대 오디션은 훌륭하게 만드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우린 현실 무대에서 할 수 없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죠.”

손PD는 “매 순간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무대를 해준 소녀들의 모습 모두 고마웠지만, 패자부활전 무대가 특히 인상깊었어요. 멤버들이 서로의 정체를 알면 안되기 때문에 녹음 시간도, 촬영 시간도 다 다르게 하면서 절대 못 만나게 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각자의 부스에서 만나지도 못한 채 연습했는데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너무 완벽한 합을 보여줬다”며 그들의 프로페셔널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손PD와 조PD는 “K팝 아이돌이 이래서 인기가 많구나 하는 걸 느꼈다. 많은 분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나 역시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무너졌다. 데뷔조가 다음주에 공개되는데, 향후 활동에도 많은 기대와 사랑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녀 리버스‘ 최종 데뷔 멤버는 6일 오후 9시 공개된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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