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아쉬운 尹의 시장 개입

김만용 기자 2023. 3. 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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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을 앞세워 정유사, 은행, 통신사에 이어 주류 기업까지 들쑤시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던 많은 기업을 당혹스럽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툭하면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질을 한다고 비판했는데, 윤 정부가 고스란히 답습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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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산업부 부장

윤석열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을 앞세워 정유사, 은행, 통신사에 이어 주류 기업까지 들쑤시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믿었던 많은 기업을 당혹스럽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툭하면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질을 한다고 비판했는데, 윤 정부가 고스란히 답습하니 말이다. 어쨌든 정치 입문 이후 기업의 자율과 시장경제를 줄곧 강조하던 윤 대통령의 태도는 최근 180도 바뀌었다. 특히, “통신과 금융은 공공재”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공공재는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다. 공공재라는 말엔 언제든 권력이 그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필요하다면 경영자도 교체할 수 있고, 낙하산도 자유롭게 투하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지한 점,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점 등은 공공재여서 가능한 일이다.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지금은 오해하기 딱 좋다.

윤 정부의 매질은 글로벌 현실과 객관적 팩트를 외면했다. 은행, 통신, 정유사 등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따지고 보면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졌는데 독과점 구조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실제 그러할까. 지난해 국내 4대 금융 지주의 순이자마진은 1% 후반대다. 이는 미국의 JP모건체이스(2.1%), 씨티그룹(2.3%), 웰스파고(2.7%)보다 낮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 금리 차 역시 최근 수년간 평균 2%대 초반으로 다른 국가 은행들에 비해 낮다.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증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출 총량 자체가 늘어났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거침없이 인상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와 윤 정부의 공동 책임인 셈이다. 또한,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2021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8.3%, 6.7%, 7.1%였다. 미국의 AT&T 25.9%, T-모바일 12.5%, 버라이즌 27.4% 등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과점 체제를 깨겠다고 위협하는 국내 정유 4사의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2.5%에 불과했다. 2020년엔 5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원스러운’ 채찍질에 힘입어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조금 올랐다. 적지 않은 국민이 고물가·고금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흑자 경영과 성과급 잔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여론에 대통령이 순응한다는 측면에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과 기업을 향해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논리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시곗바늘을 한참이나 되돌리는 후진적 포퓰리즘이다. 물가 급등으로 지지율 추락의 위기에 몰린 윤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민간 기업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심만 사고 있다. 위기 시에 늘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윤 대통령 특유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고통을 받는 국민 앞에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윤 대통령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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