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의사결정 왜 못할까?
1년 동안 A회사 인사 자문을 한 적이 있다. 중소기업의 인사 자문은 채용, 평가, 보상, 승진, 인재육성, 조직문화의 인사 영역에 대한 자문이 끝이 아니다.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 공감 필요시 조언을 하게 된다. 너무 깊게 관여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내 영역이 아니니까 무관심해도 곤란하다. 회사의 김부사장은 성격이 급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하고 원한다. 지시를 내리고 하루도 되지 않아 어떻게 되고 있느냐 묻는다. 그 어떠한 문제를 부사장에게 보고하면 즉시 결정을 해준다. 이러한 김부사장의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사장인 CEO의 늦은 의사결정이다. 전자 결제를 올리고 찾아가 설명을 했음에도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기다리라고 한다. 경영회의에서 CEO가 하라고 하면 되는데, 본부장들의 의견을 듣는다. 필요한 경우, 담당자를 불러 의견을 묻는다. 금일까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점심 시간이 지나도 의사결정을 하지 않아 부사장이 CEO에게 독촉한 경우가 있다. 김부사장은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종종하였다.
하반기가 되어 CEO는 김부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 주고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새로 CEO가 된 김사장은 정신 없는 몇 일을 보냈다. 평소 각 본부장의 보고를 들었고, 대부분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힘들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CEO가 되어 자신 위로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의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고,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컸다. 요즘 김사장은 창문 밖을 바라볼 때가 많다. 자신이 한 의사결정이 과연 최선인가 고민한다. 이 결정으로 어떤 혜택이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어떤 손실과 위험이 있는가를 생각한다.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한 이전 CEO를 탓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
왜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가?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CEO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관리자가 의외로 많다. 팀원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다. 빨리 실행을 해야 하는데, 결정을 해주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는 개선되지 않아 팀원들이 한 두 번 요청을 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한다. 우수한 팀원은 다른 조직이나 회사로 옮기고, 조직 내에는 무능하고 안주하는 직원만 남게 된다. 팀워크는 갈수록 약화되고, 서로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하려고만 한다.
왜 팀장이나 임원이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가?
첫째, 회사와 상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조직장이라면 사업의 본질, 제품과 서비스의 밸류 체인, 전략, 재무 상태, 조직과 구성원의 성숙도, 시장과 고객의 변화와 니즈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상사의 목표를 알고 원하는 바를 알고 자신의 일과 연계해야 한다. 회사와 상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일과 의사결정에 엇박자가 난다.
둘째, 전사적 관점이 아닌 개인과 속한 조직 관점의 의사결정이다. 조직장이라면 자신 또는 자신의 조직에 이익은 없고 힘든 일을 맡아 하지만, 회사에 이익이 크다면 구성원에게 힘들지만 회사 이익을 위해 나를 믿고 함께 하자고 해야 한다. 전사적 관점이 없으니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셋째, 자신만의 의사결정 원칙이나 기준의 부재이다. 조직장이라면 그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사결정을 하는 원칙이나 기준, 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원칙이나 기준이 없으면 결정 사안에 따라 일관성이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넷째, 현실 파악에 대한 노력 부족과 조급함이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 수집과 분석은 기본이다. 충분한 현실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해를 클 것이라는 조급함에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책임이다. 조직간 협업이 되지 않거나, 조직이나 구성원이 도전적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서로 불신이 생기는 이유는 책임 때문이다. 성공한 일에 대한 혜택에 비해 실패한 일에 대한 책임이 매우 크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실패에 따른 책임이 두려워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여섯째, 우유부단이다. 관리자가 자신의 결정을 당당하게 말하고 지시하지 못하고 팀원 또는 주변의 말에 끌려 다니는 경우이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주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조하며 좋은 사람으로 간직되길 바라는 경우이다.
일곱째,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안주이다. 미래 변화 또는 예측 방향이나 내용에 신경을 쓰며 좀 더 확실하고 구체화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이다. 반대로 지금 아무 문제가 없고 잘나가고 있다고 지금처럼 하라고 하는 경우이다. 미래 변화에 대한 사전적 준비와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조직장은 수 많은 일을 한다. 조직장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 하나가 바로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조직장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조직과 구성원은 없다. 조직장이라면 전사적 관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높은 전문성은 기본이다. 변화를 인지하고 사업과 연관된 핵심을 찾아 선제적 조치를 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혼자 결코 성과를 이룩할 수 없다. 주변 이해관계자와 함께 소통하며 솔선수범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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