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2. 김건희 여사의 JUST BE YOURSELF

남궁창성 2023. 3. 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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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시장방문, 환경정화, 취약계층 격려 등 확대
인생과 정치 대선배인 美 질 바이든 여사의 '조언' 주목
대선정국 '강제된 유폐(幽閉)' 벗어나 국민과 직접 소통

기자에게 원조 여사님은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입니다. 1974년 국민학교 4학년 여름방학. 춘천시 남면 발산리 고모댁에서 육 여사의 서거 소식을 듣고 고모, 누이들과 함께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뒤 2008년 7월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김윤옥, 김정숙 그리고 김건희 여사님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김윤옥 여사의 철원 백골부대 장병 위문, 김정숙 여사의 평창 장애인올림픽 선수단 응원 등 두 분을 곁에서 지켜보며 대통령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구석을 꼼꼼하게 살피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은 뭔가 다를 것 같은 김건희 여사님과 동행하겠습니다.

▲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포항 기계천에서 새마을회 회원들과 함께 쓰레기 수거 등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는 퍼스트레이디로는 MZ 세대다. 김윤옥, 김정숙 여사 두 분은 남편들이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모두 60대였다. 하지만 1972년생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시 만 나이로 40대였다.

또한 남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어엿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는 점도 이전 대통령 부인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대선을 전후해 숱한 의혹과 관련한 ‘가짜뉴스’의 당사자로 시달려야 했고,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에는 자의반 타의반 조용한 행보를 자청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통적으로 대통령실에서 배우자를 보좌하던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고유한 역할이 있고, 특히 정상외교 무대에서는 대통령보다 종종 더 조명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 여사의 ‘강요된 유폐(幽閉)’는 시한부일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주목하는 한 장면이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6월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을 동행했다. 당시 김 여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동행해 현지를 찾은 질 바이든 여사와 만나 환담했다.

▲ 김건희 여사가 작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왕 내외 초청 만찬에서 질 바이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한참 인생 선배이자 정치 선배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 자리에서 새내기 퍼스트레이디인 김건희 여사에게 마음 속에 새길 의미있는 조언을 했다. “높은 자리에 가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생각과 의지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라(Just be yourself)”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의 집권 2년차를 맞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김 여사는 지난 3일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후 두 번째 재래시장 행보였다.

이날 생선가게를 찾은 김 여사는 주인이 여러 겹 포개 접은 담요를 건네며 마루에 올라와 앉으라고 권하자 “올라갈까요?”하며, 신발을 벗고 올라가 담요를 깔고 앉은후 “따듯하네요”하고 선뜻 다가가 인사했다.

또한 시장에서 만난 여자 어린이와는 눈을 마주하며 “안녕하세요. 아이고 예뻐.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고, 엄마는 웃으며 “은채에요, 은채”라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이 모녀와 사진 촬영을 하고, 은채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기도 했다.

▲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이어 과일가게를 찾아 시식용 사과를 먹으며 시민들에게 “진짜 맛있네요”하고 인사한뒤 포항 장애아동시설에 보낼 사과 10상자를 구입해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전하며 배송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과일 구입후 가게를 나가는 길에 휠체어를 탄 어르신을 만나자 한쪽 무릎을 꿇고 할머니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아주며 “건강하세요, 어머니”라고 인사했다. 이어 김밥집을 찾아서는 “너무 맛있어 보여요”하고 인사한뒤 주인의 시식 권유에 “너무 맛있다”고 화답하며 동행한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줄 김밥 20줄을 주문했다.

김 여사는 앞서 이날 포항 기계천에서 포항시 새마을회 관계자와 대학생 동아리 회원 등 300여 명과 함께 ‘우리 바다, 우리 강 살리기’ 환경정화 활동에도 참여했다. 새마을회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봉사는 작년 12월 부산, 지난 1월 대구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여사는 이날 수질 정화를 돕는 ‘EM 흙공’을 하천에 설치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정화 활동을 벌인뒤 대학생 봉사자들에게 “여러분의 새마을운동 참여로 대한민국이 젊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 달라”고 격려했다.

▲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가운데 시장 상인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의 보폭은 3월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맹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신입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유치원과 초중고교 입학식을 맞아 대변인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낸 가운데 김 여사는 직접 취약계층 교육시설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내조를 이어갔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작년 말에 눈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길을 안내하고 위험을 막아준 새롬이라는 은퇴 안내견 친구를 입양했다”며 “새롬이와 생활하며 시각 장애인의 일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서인지 오늘 만남이 반갑고 친숙하다. 저도 여러분들의 새롬이가 되겠다”고 인사해 환영을 받았다.

▲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입학생들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김 여사는 익숙한 분야 중 하나인 문화예술에서도 제 역활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국립 중앙박물관을 찾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특별전을 관람했다. 이 전시는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장기 임대 방식으로 우리나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의궤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 여사는 “후손들을 위한 생생하고 정교한 기록물인 의궤를 보니 사람을 아끼고 나라를 위하던 우리 선조들의 배려심에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의궤는 반환에 성공한 문화재로 알려졌지만 이 전시를 통해 의궤 본연의 내용과 가치를 조명함으로써 넉넉하고 번성한 나라가 되길 바랐던 선조들의 마음을 알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또한 “우리의 보물이지만 ‘보물’이 될 수 없는 외규장각 의궤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장기 임대 형태로라도 가져와 연구되고 전시되어 다행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외 소재 문화재가 23만 건에 달하는데 우리 문화재가 온전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두고 노력하자”고 했다.

▲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1일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주제로 열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 김건희 여사의 외부 행보에 대해 불편해 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로서 소외 계층을 보살피고 민생에 귀를 기울이는 김 여사의 발걸음은 어쩌면 더욱 잦아지고 한층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여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Just be yourself)’으로써 정치와 정쟁을 넘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것은 아닐까.

 

 

* 필자소개 *

▲ 남궁창성 기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다. 지난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 국정을 주제로 전국의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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