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투기 의혹’ 표현 삼가고 ‘땅 이슈’라 하자”

김동환 2023. 3. 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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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출연해 "투기한 바 없으니 의혹도 없어" 강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황교안·안철수 동료 당대표 후보 등의 명예훼손 혐의 수사 의뢰
땅 투기 의혹엔 “'생떼탕' 끓이기. 대응할 이유도 없다” 반응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6일 자신을 둘러싸고 줄곧 언급되는 이른바 ‘울산 땅 투기 의혹’ 표현에 “투기 의혹이라는 표현은 삼가 달라”며 “땅 이슈라고 하자”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저는 투기한 바가 없으니 의혹이라는 표현 자체도(없어야 한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진 진행자의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나’라는 질문에 “땅 가지고 시비를 거는데 땅 이슈라고 하자”고 답했다. 그러면서 ‘투기라는 의혹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인가’라는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

앞서 김 후보 측은 지난 2일 자신의 ‘울산 KTX 역세권 땅 시세차익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후보 측 법률지원단장인 김기윤 변호사는 경찰청 국수본 민원실을 찾아 황교안·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와 양이원영·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황 후보는 지난달 15일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울산시의 고문변호사 시절인 1998년 KTX 울산역 인근에 매입한 땅의 연결도로 노선이 변경되면서 그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안 후보 측도 ‘권력형 토착 비리’ 등 표현으로 김 후보를 공격했다.

민주당까지 나서서 ‘특별검사’로 지역 토착·토건 비리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당내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진상조사단’ 입장문을 통해 울산 고문변호사 시절 김 후보가 내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민원실을 찾아 황교안·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와 양이원영·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뉴시스
 
이에 김 후보는 라디오에서 수사 의뢰가 ‘시간 끌기용’ 아니냐는 황 후보의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 관련 “그분이 정말 법률가인지 모르겠다”며 “자기가 그러면 저를 고발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응했다. 그리고는 “고발할 자신이 없으면서 계속 공포탄만 쏘고 있다”며 “답변할 가치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당 대표 후보들의 몰아붙이기를 두고는 “김기현을 공격할 이슈가 워낙 없으니 그냥 생떼탕을 계속 끓여대는 것”이라며 “아무리 뒤져봐도 김기현 공격할 이슈가 안 나오니까, 마르고 닳도록 써먹었던, 물이 말랐지만 다시 펌프질 해보자고 하는 건데 일고의 가치도 없고 대응할 이유도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

당 대표 당선 시 수사 의뢰를 철회할 의사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철저하게 다 수사하라”는 말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친 김 후보는 “털려면 민주당 시장부터 털라”며 “송철호 시장이 왜 그렇게 노선을 만들었는지 털어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의 이러한 주장은 민선 7기 송철호 울산시장 취임 후인 2019년 1월에 현재 노선으로 선형이 변경된 점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그동안 자신의 투기 의혹에 대해 “제 땅 밑으로 터널 지나가는 게 특혜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강력히 맞서왔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일 오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땅 투기 의혹 관련 ‘울주군 삼동~KTX울산역 도로개설사업 추진 경과’ 브리핑을 열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시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려 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거듭 언급되는 데 대해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일부에서 제기될 수도 있는 ‘정치적 의도’ 시선까지 무릅쓰면서 김두겸 시장이 나서 김 후보에게 ‘개발 이익’이 없을 거라는 취지의 브리핑을 지난 2일 열었다.

김 시장은 ‘울주군 삼동~KTX울산역 도로개설사업 추진 경과’ 브리핑에서 “KTX 울산역으로 연결되는 도로 개설 추진 과정에 김기현 의원의 땅이 영향을 미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도 김 의원이 개발 이익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해당 도로는 울주군 삼동면 하잠리~언양읍 구수리를 잇는 3.3㎞, 왕복 4차로 규모로 계획됐고, 총사업비는 121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도로는 시가 2003년 장사시설인 하늘공원을 삼동면에 유치할 때, 지역 주민들이 인센티브 사업으로 요구한 사항을 반영해 확정했다.

2007년 8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위한 용역 끝에 같은 해 12월 최초 노선이 확정됐으나 국비 확보를 전제로 추진된 이 사업은 예산 확보 난항으로 장기간 표류했고, 송 시장 취임 이후인 2019년 1월 현재 노선으로 선형이 변경됐다.

당시 시 산하 기관인 울산연구원은 타당성 연구 끝에 대안 노선을 내놨고, 행정안전부 산하 재정투자 전문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가 변경 노선을 확정했다고 시는 강조했다.

2007년에 최초 결정된 노선과 2019년 변경된 노선 모두 김 후보가 1998년 매입한 땅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는 도로 개설이 지하 40~50m에 터널 뚫는 방식이 불가피하고 이로 말미암아 토지 보상을 받거나 터널 상부에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김 후보의 시세 차익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후보 땅이 도로 노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 관련,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로 구성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가 2021년 11월부터 8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는데 ‘결론 없이 종결’된 바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시장은 “일부에서는 ‘김 의원이 KTX울산역 유치 정보를 먼저 접하고 해당 토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데, (땅을 매입한 1998년은) 울산에 KTX역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요구도 없었던 때”라면서 “결론적으로 김 의원 땅은 도로 개설로 인한 이익 실현이 어렵고, 앞으로 개발행위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브리핑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제가 시장을 맡기 전에 있었던 일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취재 요청 등에 응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울산이 자꾸 부정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 불편했고 특히 김 의원이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가 진행한 행정 행위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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