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은 어쩌다 0.78명이 되었을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기자 2023. 3. 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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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명과 0.59명.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2월22일 통계청 발표)'에 나오는 한국과 서울의 합계출산율 수치다.

합계출산율 0.78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2020년). 한국 바로 위에 있는 35·36·37위 나라가 일본(1.33명), 그리스(1.28명), 이탈리아(1.24명)인데, 한국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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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 오후 광주 북구청 상황실에서 여성보육과 여성친화저출생팀 직원들이 지역별 출산율을 비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0.78명과 0.59명.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2월22일 통계청 발표)’에 나오는 한국과 서울의 합계출산율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를 뜻한다. 인구이동과 사망률의 변동이 없을 경우, 현 수준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수준은 2.1명이다. 한국은 1년 새 0.03명이 줄었다.

합계출산율 0.78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2020년). 한국 바로 위에 있는 35·36·37위 나라가 일본(1.33명), 그리스(1.28명), 이탈리아(1.24명)인데, 한국과 차이가 크다. 

비슷한 정도를 찾았더니 1994년 옛 동독 지역의 합계출산율(0.77명)이 그랬다. 1990년 동독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1.52명으로 서독 지역(1.45명)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합계출산율이 급락했다. 독일 통일 이후 젊은 층(특히 여성)이 동독 지역에서 서독 지역으로 대거 이동한 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 기존 시스템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새 체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연기했다. 통일 초기에 동독 지역 내 출산 및 육아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점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서독 지역 수준으로 출산율이 회복되는 데 18년가량 걸렸다. 옛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거의 모든 동유럽 국가에서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이는 20세기 마지막에 나타난 가장 놀랄 만한 인구학적 현상으로 꼽힌다. ‘출산율 쇼크’라는 말이 나왔다.

0.7명대 출산율은 이처럼 현대사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수치다. 거대한 체제 변화가 있을 때 등장했던 수치다. 한국은 어떤 내적 격변을 거쳤기에, 이런 수치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김동인 기자가 한국리서치와 공동 기획한 웹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연애·결혼·출산’ 마음 보고서를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내놓는다. 김 기자는 한국 사회에서 ‘연애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아 기르는’ 생애 모델이 붕괴했다고 말한다. ‘불안감’은 이 현상을 이해하는 열쇳말이다. 저출생 대책에 대한 공감도도 물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데 참고할 만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의 일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출산율 쇼크’ 시대, 연애와 결혼을 묻는 질문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묻는 질문으로 읽힌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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