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독사 잡기 실패한 삼성, 수장 바꿔 CPU 반격
4년 전 폐기된 몽구스 프로젝트
부활 땐 ARM 의존도 낮아질 듯
2027년께 전용칩 탑재되면
갤럭시 속도와 안정성 대폭 향상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에 CPU 최적화 관련 전담 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의 수석 개발자로는 AMD에서 CPU 개발을 이끈 라흘 툴리 수석 개발자를 영입했다. 또 다른 ARM 출신의 핵심 개발자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데이터 연산을 담당하는 CPU는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장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 AP ‘엑시노스’에 들어가는 CPU 코어를 영국의 암(ARM)에 의존해왔다. 엑시노스의 라이벌인 퀄컴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AP를 만들고 있다. 삼성이 자체 CPU 코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면 스마트폰의 최적화 정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용 칩 등 차세대 AP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시스템LSI사업부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와 함께 ‘AP 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해 AP 최적화와 차세대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칭 ‘갤럭시 칩’이라는 이름으로 기존보다 최적화된 전용칩을 만들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선 2025년 첫 갤럭시 칩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자체 CPU 코어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인 만큼 초기 갤럭시 칩엔 ARM 기반의 CPU가 탑재될 확률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CPU코어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갤럭시칩의 완성도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통상 개발 프로세스 대로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027년에는 자체 CPU 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자체 CPU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추기 위해 2010년대 초부터 자체 개발팀을 꾸리고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다. 프로젝트 이름은 독사를 잡아먹는 포유류를 뜻하는 ‘몽구스’였다. 당시 라이벌 퀄컴이 독사의 일종인 ‘크레이트’를 제품명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CPU 코어가 퀄컴 등 경쟁사 제품 대비 전력 소비 효율과 발열, 멀티코어 효율 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자 결국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몽구스 프로젝트 중단했다. 2019년 프로젝트를 공식 폐기하고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내 300여명의 개발자들을 해고했다.
그 이후 삼성은 AP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확대하는 데 애를 먹고있다.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은 퀄컴이, 중저가에선 미디어텍이 앞서나가고 있다. 퀄컴은 올 초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를 밀어내고 갤럭시S23 시리즈에 자사 AP인 스냅드래곤을 전량 공급하기도 했다. 미디어텍은 중국권 업체를 중심으로 AP 공급을 늘리고 있다. 반면 애플은 성공적으로 자체 AP칩 개발을 하면서 최적화를 이뤄냈다. 스마트폰을 넘어 2021년엔 맥북 등에 들어가는 M칩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괴물칩’ 설계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거기에 ARM과의 연대도 잠재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자체 CPU 개발에 더욱 발걸음이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ARM은 최근 퀄컴과 소송을 하면서 CPU 라이선스 정책을 새롭게 수정했다. 2024년부터 퀄컴을 포함한 팹리스에 설계 IP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라이선스 비용을 조정하고, 기기 제조사에만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ARM 외 다른 회사의 IP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ARM의 설계를 이용해서 최적화된 칩을 만드는데 허들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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