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은 왜 월가 변방에 머무나[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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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을까.
한국 사람들은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라고 주장할 법하지만, 세계의 눈으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여지가 많다.
한국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한국산 부품과 완성품이 세계를 누비며 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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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한국 경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을까. 한국 사람들은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라고 주장할 법하지만, 세계의 눈으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여지가 많다.
초강대국 미국에서 한국의 얼굴은 단연 기업들이다.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의 위상은 애플과 맞먹는다. 길거리 어디서든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자동차를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추진하며 맨 처음 구애한 것이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다. 한국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선진국을 외치기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 학계와 월가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다. 기자는 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과 인터뷰 전 조율을 통해 한국 얘기를 했다. 그에게 한국은행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더니, “잘 모른다”며 양해를 구했다. 헤지펀드 거물인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창립자는 기자에게 종종 시장 흐름을 조언하는데, 원화 자산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의 반응이 이런 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주간 보고서를 낼 때 주식 투자 조언을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으로 각각 나눈다. 선진시장은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이다. 신흥시장은 중국과 일본 외 아시아다. 채권 역시 비슷하다. 원화 표시 자산에 대한 리서치는 없다시피 하다. 여러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한 블랙록이 이 정도이니, 다른 기관들은 더 심각할 것이다.
무엇부터 풀어야 하나. ‘한국 돈’ 원화를 주류 금융판에서 자주 유통시키는 게 첫 열쇠라고 본다. 한국산 부품과 완성품이 세계를 누비며 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러나 현재 원화 현물은 한국(역내)에서만, 한국 시중은행들만,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사고 팔 수 있다. 24시간 어디서든 누구든지 거래 가능한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과는 지위가 하늘과 땅 차이다.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다. 포렉스닷컴에 따르면 세계 10대 통화는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중국, 호주, 캐나다, 스위스, 홍콩, 뉴질랜드 순이다.
나름의 사연은 있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트라우마 탓에 규제와 관리를 우선해서다. 그 덕에 정부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흐름을 훤히 들여다보며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었지만, 반대로 거래량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원화 환전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가 월가 변방에 머무르는 냉정한 현실이다. 삼성이 수십년 해외를 누빌 때 유수 금융그룹은 국내 과점 구조에 안주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제는 원화 국제화를 향해 직진해야 할 때다. 정부와 시중은행은 한국 경제의 체력을 믿고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원화 현물의 해외(역외) 거래를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 십년 넘게 허탕만 친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역시 가능하다. ‘공무원 마인드’로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우려만 외치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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