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2] 이 세상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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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년간의 침묵을 깨고 의욕적으로 신작을 준비하다 정신이상을 지닌 이의 총을 맞고 사망한 존 레논의 유작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Double Fantasy’에 실린 이 노래는 들릴 듯 말 듯한 다음의 독백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세상의 절반을 위해(For the other half of the sky)”.
1960년대의 아들인 존 레논은 다른 서구의 진보적인 청년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중국 공산혁명의 주역인 마오쩌둥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이 짧은 한 줄은 전통적인 유교적 사고를 단숨에 뒤집는 마오의 발언,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받치고 있다’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다.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보낸 시간을 통해 그저 구호적인 여성 평등이라는 슬로건을 넘어서는 깊은 내면의 통찰을 이 노래로 완성한다. “여성이여/짧은 생각에 얽혀 있는 복잡한 감정을/표현하긴 극히 어렵지만/결국 나는 영원히 그대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Woman/I can hardly express/My mixed emotions/At my thoughtlessness/After all I’m forever in your debt).”
이 노래는 한 여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이 세상 남자들의 궁극적인 구원에 관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의 직전 5년간의 칩거는 자신과 오노 요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션의 양육과 가사 전담이라는 주부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는 이 시간 동안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그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라고 생각했다)를 극복하면서 여성의 진정한 힘에 대한 통찰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인정한다. “남자 안에는 누구나 어린아이가 숨어 있고 결국 여성의 손에 자신의 삶이 달려 있다(The little child inside the man/…My life is in your hands)”고 말이다.
세계은행이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는 벨기에와 덴마크, 독일, 캐나다 등 14개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최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65위에 자리했고, 1921년에 마오쩌둥이 여성 평등 선언을 한 중국은 104위 일본에도 뒤처진 109위였다. 아직도 전 세계의 여성 노동인구 중 24억명은 차별적인 법 체계 아래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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