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경제 성장보다 체제 안정, 미중 경쟁에 방점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3. 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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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5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당초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6%대 이상을 제시할 것이라던 일각의 예상이 빗나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기가 시작되는 올해 성장 대신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 강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양회 개막일인 4일 미국에는 ‘강대강’의 단호한 입장을, 유럽에는 유화 메시지를 각각 보내며 EU와 미국을 ‘갈라치기’하겠다는 의도 또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왕차오(王超) 전국인대 대변인은 “일부 국가는 사적 이익을 위해 외국 단체와 개인을 마구 탄압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반면 EU에는 “중국의 체제 경쟁자가 아니다”라며 미국과 달리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사상 최대 국방예산 편성

시 주석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식에 노마스크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퇴임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한 수뇌부 또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반면 약 2100명의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날 리 총리는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의 업무 기조를 견지하겠다”며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또 대만을 거론하며 “대만 내 독립에 반대하는 세력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리 총리가 업무 보고를 하는 동안 옆자리에 앉은 측근 리잔수 전 상무위원과 여러 차례 대화했다.

중국은 양회를 통해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비 7.2% 늘린 1조5537억 위안(약 293조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인 2020, 2021년에도 국방 예산을 각각 한 해 전보다 6%대로 늘렸고 지난해(7.1%)와 올해는 7%대 증가율을 제시했다. 경제와 무관하게 국방력 강화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미국은 각각 내년 1월과 11월 대선을 치른다.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바쁜 두 나라를 압박하는 동시에 미중 군사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롄허보 등 대만언론은 인민해방군이 3,4,5일 3일간 군용기 등을 동원해 연일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고 5일 보도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대만 국민이 주권과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이념을 존중하라”고 맞섰다.

이에 중국의 정치 체계가 ‘당정 일치’를 강조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대만 중앙통신은 “개혁파인 리 총리가 이날 업무 보고를 마치고 퇴임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했다. 그의 10년 간 개혁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며 중국이 시 주석 을 중심으로 중앙집권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전 4일 왕양 정협 주석은 업무 보고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와 중요 발언을 철저히 이행하자”며 ‘시진핑’이란 이름을 무려 16차례 언급했다. 시 주석에 대한 권력집중 현상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 美-EU 갈라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분열을 부추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왕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가 국제법을 위반해 가며 국내법의 ‘역외 적용’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실시한 데 이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추가 규제에 나서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럽과의 관계를 묻자 그는 “중국과 유럽 사이에는 근본적인 전략적 불일치나 충돌이 없다. EU의 자주성을 지원한다”며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3연임 확정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리엔 EU 집행위원장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한 점도 언급했다.

<중국 양회서 나온 미국 겨냥 발언>

발언자
발언 내용
의미
왕차오 전국인대 대변인
(4일 기자회견)
“일부 국가, 사적 이익 위해 국제법 남용”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비판
“국내법 역외 적용해 외국 단체와 개인 탄압”
리커창 총리
(5일 전국인대 업무 보고)
“중국 국방비 전년 대비 7.2% 인상”
인상 규모로 사상 최대, 미국과 군사적 갈등 대비
“국가 주권, 안보 및 개발 이익 수호”
홍콩 문제, 남중국해 등에서 강경 대응
“대만 분리주의에 대항, 통일 촉진 위해 단호한 조치 취할 것”
대만 문제 강경 대응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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