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현재 진행형 `정순신 파동`

2023. 3.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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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달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되었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사건으로 하루만에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학폭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후 정 변호사의 부적절한 개입, 가해자 아들의 서울대 진학, 정 변호사의 국가 고위직 지명 등 일련의 문제가 얽혀 있다. 그렇기에 이번 계기로 학폭에 대한 사회 인식 강화와 함께 대통령실의 인사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정 변호사는 자신의 법 지식을 활용하여 아들의 학폭 사건에 개입했다. 아들의 진술서 내용에 법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관여했다. 법원의 전학 처분이 나오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과 법집행을 미루라는 가처분신청, 대법원소송까지 제기했다. 피해 학생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사과는 하지 않고,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정 변호사가 국가 고위직에 지명받았다는 것은 현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빨간 경고등이 커진 것이다.

검사 출신 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한 것도 부적절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출신 인사 중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전직 검사를 지명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경찰 불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모욕을 당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검찰이 경찰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은 검찰총장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대통령의 국가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으로 불안감속에 결국 국내 진학을 하지 못했다. 반면 가해자인 정 변호사의 아들은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에서는 나름 감점했으나 합격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성적만 좋다면 합격시키는 성적지상주의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서울대부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즉, 학폭에 연루되면 성적이 좋아도 고교 졸업후 일정기간 대학 입학을 불허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폭에 대한 사회 경각심도 높아질 것이다.

체육계는 오래 전부터 학교 폭력에 연루되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가대표에서 배제해왔다. 여자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지난 2021년 학폭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가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 퇴출됐다.

지난해 시즌 2관왕과 골든글로브를 받은 프로야구 투수 안우진(24) 역시 이번 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뛰지 못한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징계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의 상징성과 책임감을 고려해서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지 않았다"는 한국야구위원회 설명에 믿음이 가는 이유다.

정 변호사의 사건은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더 글로리'와 맞물려 학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회의에서 학폭과 관련, 사소한 폭력이라도 가해자에게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예시로 직접 들며 학폭 대책의 강화를 주문했다.

5년 전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과 학교 처벌에 대한 정 변호사의 불복 소송 등은 개인적 문제이다. 하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고위직 공무원에 추천한 것은 대통령실의 명백한 책임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실세 장관이라고 부른다.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은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두면서 두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두 조치 모두 결과적으로 독(毒)이 되었다.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직접 책임자가 되었고, 인사 검증 실패 역시 법무부 장관의 책임이 됐다.

인사 검증의 한계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대통령실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기강비서관,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모두 검찰 출신인데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우호적 검증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검사들의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난도 많다. 지금 정순신 사태가 벌어진 것은 윤 대통령에게는 다행일지 모른다. 당장 인사 발굴 및 검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인사 참사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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