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미 해결” 입장 고수에 차선 택해… 후폭풍 거셀 듯
곽은산 2023. 3. 5. 18:03
尹정부 ‘제3자 변제’ 드라이브 배경
최대 현안 해결로 관계개선 돌파구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속도 구상도
지난 1월 제3자 변제안 발표 이후
‘피고기업 배상’ 놓고 입장차 못좁혀
대통령실, 협상 장기화 합의 실패땐
최종안 일본보다 먼저 발표 방침세워
피해자들 전범기업 배상·사과 줄곧 요구
지원단체 “기자회견·촛불집회 열 것”
최대 현안 해결로 관계개선 돌파구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속도 구상도
지난 1월 제3자 변제안 발표 이후
‘피고기업 배상’ 놓고 입장차 못좁혀
대통령실, 협상 장기화 합의 실패땐
최종안 일본보다 먼저 발표 방침세워
피해자들 전범기업 배상·사과 줄곧 요구
지원단체 “기자회견·촛불집회 열 것”
윤석열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한·일 최대 외교 난제에서 절충점을 찾아 경색 국면인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양국은 현재 강제동원 피해배상 외에도 일본발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다. 윤석열정부의 대미 외교 활성화와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해서도 일본과 관계 정상화는 선결 과제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의 고도화,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의 심화 등 긴박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5일 알려진 강제동원 피해배상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이 전혀 담보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피해자단체들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커녕 대일 외교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굴욕외교’라고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 분명해 앞길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협상안은 일본과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최대한 타협을 끌어내려는 고육책이다.
양측의 핵심 쟁점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 여부였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측 의견을 고려해 피고 기업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재단 재원으로 판결금을 변제하고 전범 기업이 기금 조성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제3자 변제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피고 기업이 배상 성격의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투트랙’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강제동원 배상과 별개로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이 양국 기업의 참여로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잠정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피고 기업이 회비나 기여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금에 참여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강제동원 배상 문제 협상 장기화로 일본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종안을 먼저 발표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 요구 대신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내세운 것도 일본 측에 최종 답변을 요구하는 성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국내 여론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합의안을 발표하는 것은 일본을 설득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발표가 늦어질수록 내년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 일각에서 이 문제를 장기 과제로 남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경우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의 배상과 강제동원에 대한 사실 인정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알려진 피해배상 방안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피해자 유족들을 단체 면담했을 때도 사죄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지원단체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정부 해법 발표 이후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기자회견이 개최되며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도 열 계획이다.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비판했다. 최악의 굴욕외교라고 비판하고 있는 야당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해법 발표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게 제3자 변제에 따른 배상금 수령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수령에 동의하지 않는 원고들과 또 다른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곽은산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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